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3분기 증시를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2차전지와 바이오를 가장 많이 꼽았다. D램 가격은 2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펀드매니저들은 대체로 “AI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3~4분기 내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지수는 하반기 2700~28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국내 20개 주요 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 이런 설문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 = 이은현 기자
그래픽 = 이은현 기자

3분기 주도 업종 1위는 반도체

펀드매니저들은 3분기 시장을 주도할 업종·테마(2개 복수 응답)로 반도체(70.8%), AI(46.2%), 2차전지(14.6%), 바이오(8.5%), 미디어·엔터테인먼트(8.5%), 방위산업(8.5%) 등을 지목했다. 3분기 조정받을 우려가 큰 업종·테마(2개 복수 응답)는 2차전지(50.0%), 자동차(21.5%), 중국 리오프닝(13.1%), 금융(10.8%), 원자재(10.0%) 등을 예상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답변은 8.5%에 그쳤다.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주에 대해선 “더 오른다”와 “너무 올랐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2차전지주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본 한 펀드매니저는 “전기차산업 발전 방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단기간 급상승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커졌다”며 “주가수익비율(PER) 40~50배가 넘는 종목은 과열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여전히 높았지만 지난 2분기 조사(32.0%)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반기 코스피 상단은 2700~2799

3분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2개 복수 응답)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기조’란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경기 회복(37.7%)’ ‘미국 경기침체(22.3%)’ ‘소비심리 위축(22.3%)’ ‘기업실적 둔화(16.9%)’ ‘미·중 갈등(16.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올 3분기라고 답한 펀드매니저가 46.2%로 가장 많았다.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로 점친 응답자가 각각 27.7%, 15.4%로 뒤를 이었다.

하반기 국내 증시를 보는 펀드매니저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연초 전망과 달리 예상 밖 랠리를 펼치고 있어서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예상 상단을 묻는 항목에 ‘2700~2799(30.0%)’와 ‘2800~2899(27.7%)’라고 답한 펀드매니저가 절반을 넘었다. 코스피지수 하단은 ‘2400~2499(40.8%)’와 ‘2500~2599(26.2%)’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피지수는 통화정책과 기업실적에 따라 횡보와 상승을 반복하겠지만 결국은 수출경기가 회복하면서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매수 자금도 사상 최대 수준이어서 지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뒤 3분기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곳을 고르도록 하는 설문 결과도 주목받았다. ‘미국’과 ‘국내’의 경우 각각 58.8%와 41.2%로 미국이 더 높았다. ‘선진국’과 ‘신흥국’ 역시 각각 58.3%, 41.7%로 선진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펀드매니저가 더 많았다. 지난 2분기에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응답 비율이 거의 같았다.

‘코스피 대 코스닥’에서는 코스피(71.5%)가, ‘국내 대형주 대 국내 중소형주’에서는 국내 대형주(65.4%)가 압도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한 펀드매니저는 “과거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증시를 주도할 때는 수급이 한쪽으로 쏠려 중소형주가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며 “코스닥은 상반기 급등으로 인한 피로도 누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 펀드의 자산 구성에서는 ‘주식 비중을 확대했다(52.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채권과 현금 비중을 늘렸다는 응답은 각각 7.7%, 5.4%에 그쳤다. 3분기에는 ‘주식 비중을 유지하겠다(47.7%)’는 펀드매니저가 가장 많았다.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도 39.2%에 달했다.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펀드매니저가 많다는 의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