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가(家)의 백기사로 등장한 이후 수세에 몰린 KCGI가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KCGI는 한진칼에 조원태, 석태수 대표이사 및 전·현직 사외이사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하는 소제기청구서를 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한진칼이 지난해 말 16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린 건 자산총액을 인위적으로 2조원 이상으로 늘려 KCGI의 감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한 ‘꼼수’였고, 이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및 운용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16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을 내렸다. 이 차입으로 지난해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이 2조165억원으로 늘어났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KCGI는 한진칼이 감사 선임 시 지배주주 일가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뚜렷한 필요 없이 차입금을 증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당시 차입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연말연시 금융사 업무 일정 등을 감안해 진행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일축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