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3일 오후 3시45분

코스닥 유통·물류업체인 서부T&D가 새로 시작한 호텔사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호텔사업에서 언제 이익이 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호텔사업에 무리수를 둔 여파로 부동산 개발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리모델링] 호텔 사업에 발목 잡힌 서부 T&D… 부동산개발社 변신 '난항'
서부T&D는 지난해 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야심차게 뛰어든 호텔사업에서 27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타격이 컸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약 4600억원을 투자해 서울 용산구에 호텔단지 ‘서울드래곤시티’를 건설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지하 4층~지상 39층으로 된 건물 3개 동에 1700개 객실을 갖춘 국내 최대 호텔이다. 프랑스 아코르그룹에 운영을 맡겼다. 그랜드머큐어, 노보텔스위트, 노보텔, 이비스스타일 등 네 개 브랜드를 갖췄다.

서부T&D는 그러나 그동안 쓴 대규모 설비투자비가 회계상 감가상각비로 반영되기 시작한 데다 호텔 투숙률이 30%대에 그쳐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아코르그룹에 위탁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작지 않다.

호텔업계에서는 국내 호텔산업이 공급 과잉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서부T&D의 호텔사업이 흑자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형 호텔들도 공급 과잉에 따른 객실단가 하락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서울드래곤시티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한 객실 단가로 투숙객을 대거 끌어들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긴장 해소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 관광객도 하루 숙박 비용을 6만~7만원 수준으로 잡기 때문에 서울드래곤시티의 주요 고객으로 삼는 데 무리가 있다. 서울드래곤시티의 4개 호텔 브랜드 중 가장 저렴한 이비스스타일의 하루 객실 가격은 10만원대 초반이다.

서부T&D가 부동산 개발업체로 변신하려는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부T&D는 1979년 화물차 정류장 운영업체로 출발해 유류 판매와 화물 운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0년 보유하고 있던 인천 연수구 부지에 1400억원을 들여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을 짓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부동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스퀘어원은 2012년 문을 연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서부T&D의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이 쇼핑몰은 지난해 매출 326억원,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다. 스퀘어원 성공의 여세를 몰아 용산 호텔사업과 서울 신정동 물류단지 개발 사업까지 성공시키면 부동산 개발사업자로서 한 단계 올라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호텔사업 투자로 오히려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서부T&D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7547억원으로 전년(4878억원) 대비 54.7% 증가했다. 호텔사업 투자비의 상당 부분을 금융권에서 빌린 영향이 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