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가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 ‘안도랠리’를 낙관하기에는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G2(미국 중국)를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다 대부분 기업의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G2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박스권에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기준으로 ‘업종 간 키맞추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단 2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추세가 뚜렷한 종목으로 타깃을 좁히는 것이 불확실성이 큰 장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 전략으로 꼽혔다.

◆업종 간 ‘키맞추기’의 다음 수혜주는?

3일 코스피지수는 0.87%(16.17포인트) 상승한 1867.82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 속에 철강 금속 기계 통신 화학업종이 장 분위기를 이끈 덕분이다.

국내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리스크의 강도에 따라 큰 폭의 조정 후 ‘안도랠리’가 재현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유럽이슈에 노출된 철강, 은행, 정보기술(IT) 하드웨어, 화학, 통신, 소매, 건설 등은 주가가 급락한 후 리스크 소강 국면에선 강하게 반등하는 모양새를 되풀이했다. 최근 부실 은행 지원을 약속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이후에도 하락폭이 컸던 업종이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웃돌며 반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장희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위험 회피 성향이 진정되고 증시 변동성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업종별 밸류에이션 매력이 주목받게 된다”며 “현재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대표 업종으로는 소매 반도체 생활용품 유틸리티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유로존 리스크 부각 이후 의료정밀업종이 17.8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섬유의복(-14.55%) 전기전자(-13.78%) 비금속광물(-8.77%) 운수장비(-9.96%) 유통(-8.43%) 건설(-8.15%)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6.58%)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해소에 따른 업종 간 주가 회복 순서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으로 분석됐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럽 리스크 해소에 따른 업종별 주가 반등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며 “전반에는 에너지 산업재 소재 금융이 빠른 반등세를 보이다가 후반에는 실적 강세 업종인 IT와 필수소비재, 자동차주 등으로 상승세가 옮겨 붙는다”고 말했다.

◆‘키맞추기’ 끝나면 결국 실적

2분기 어닝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의 실물경제 전염으로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오는 6일께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당초 7조원 이상에서 6조6500억원 정도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200개 주요 상장 기업의 순이익 전망치는 5월 초 26조1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23조90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를 보인 기업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헬스케어업종 순이익 추정치는 지난달 1일 130억원에서 최근 161억여원으로 24.1% 상향 조정됐고 레저, 제약, 자동차 및 부품, 은행, 반도체 등도 실적 개선 추세를 보여줬다. 반면 의류 음식료 소재 통신 에너지 디스플레이 증권업종은 순이익 추정치가 감소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