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은 신흥국가들에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유동성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에 넘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가들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가 치솟아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브라질이 단기투기자금(핫머니) 규제를 위해 금융거래세율을 높인 데 이어 인도 태국 페루 등 다른 신흥국도 밀려드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루 중앙은행은 이날 달러화 유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외환담보증서 계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최근 "지나친 달러 유입으로 솔화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며 "새롭게 시행하는 제도가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유동성을 규제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도 지나친 달러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도 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수비르 고칸 인도 중앙은행(RBI) 부총재는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자금이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들로 쏠려 위협이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분명하게(clearly)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인도로 유입된 197억달러 중 3분의 1이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인도 루피화는 지난달에만 달러 대비 6% 넘게 올랐다.

태국 정부도 발빠르게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날 태국 바트화는 달러당 30바트 선이 무너지면서 1997년 7월 이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자 고수익을 노린 자금이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몰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전날 핫머니 유입에 따른 바트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오는 12일부터 국내 기업들의 외환거래 규제를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싱가포르 달러,필리핀 페소,대만 달러 등 다른 신흥국가들의 통화 가치도 모두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이 글로벌 자금 유입에 따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각국이 자국 환율 방어를 위한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