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나 사설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되는 채권 장외시장의 후진적인 매매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인터넷 채권거래소'가 내년 초 문을 연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야후 MSN 등의 메신저나 전화를 이용해 소규모 그룹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채권 장외매매를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채권 전자거래 시스템'이 내년 초 가동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트레이드웹,유럽연합의 MTS처럼 선진국에는 거래소시장을 보완하는 다양한 대안 증권거래시스템(ATS)이 운영되고 있다"며 "국채 회사채 등 모든 채권의 매매 관련 정보와 호가가 집중되는 '인터넷 채권 ATS'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초기 정착을 위해 ATS 내에서 채권을 거래하는 증권사나 기관 등에 혜택을 부여하는 유인책도 마련해 다음 주 중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경제 규모나 증시에 비해 낙후된 국내 채권시장을 선진화해 금융시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장내시장인 '국채전문 유통시장'이 있지만,실제 거래의 80%가량이 장외에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해 선진국 경우처럼 장외 채권시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대폭 수정되는 것이다. 채권ATS 구축을 준비 중인 금융투자협회 황건호 회장은 "지금까지는 폐쇄적인 메신저그룹 간에만 정보 교환이 이뤄져 채권시장의 투명성과 가격발견기능이 부족했다"며 "ATS를 통하면 모든 호가와 매매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가격 협의도 할 수 있어 시장 발전의 디딤돌이 놓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ATS 설립은 한국거래소에서만 유가증권을 자유롭게 매매 · 중개하도록 제한한 자본시장법상 '유사시설 금지' 조항 때문에 지금까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돼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청산 · 결제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유사시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ATS 설립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ATS는 투자종목,매수매도 호가,매매 상대방 등을 탐색하고 거래 조건을 협상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결제는 현행대로 사이트 외부에서 유가증권과 현금을 동시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앞으로 유사시설 금지 조항이 풀리면 결제까지 가능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ATS가 개설되면 채권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시장 유동성은 증가해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