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400~1600 사이에서는 펀드 투자자금이 많지 않아 앞으로 환매가 주춤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펀드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신권의 매도 강도도 점차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4일 현대증권에 의뢰해 2002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지수대별 펀드 자금 유출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수 1400~1600 사이에선 오히려 1891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년간 1400~1500 사이에선 1조9952억원이 순유출됐으며 1500~1600 사이에선 1조8061억원만 순유입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400선에 안착한 이후엔 환매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지수 1400~1600은 단기간에 급등락한 구간이어서 펀드로 자금 유입이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지수가 1400을 넘어 1500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6조원의 자금이 빠져 나가며 1400~1600은 펀드 자금이 순유출된 지수대"라고 지적했다.

이계웅 팀장은 "지수가 1400선 아래로 밀려나면 향후 전망에 대한 불안감으로 환매가 좀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300선 위로 올라선 지난 4월 이후 이달 11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ETF제외)에서 1조9584억원이 환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1200~1400 구간에서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19조9100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올 들어 지수가 1400선까지 오르면서 이들 자금의 일부가 환매된 것"으로 분석했다.

오 센터장은 "이로써 단기에 나올 환매는 거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2일 6일 만에 국내 주식형으로 154억원이 들어왔으며 13일 순유출 규모도 2억원에 불과했다. 그는 1200~1400 사이에 유입된 20조원 가운데 적립식을 뺀 나머지 10조원 중 단기에 환매로 나올 물량은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과거 지수가 '원금회복' 수준까지 올라왔을 경우 기존 펀드자금의 13% 정도만 환매됐다는 경험통계를 적용한 수치다. 오 센터장은 "예상보다 환매 규모가 많았던 것은 적립식펀드에서도 일부 환매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는 본격적인 환매는 1600선 이상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병훈 연구위원은 "지수대별 펀드자금 유출입을 볼때 환매가 많이 나올 지수대는 1600선 이상일 것"이라며 "다만 적립식이 국내 주식형펀드의 절반을 넘고 있어 대량 환매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이틀간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긴 했으나 여전히 매수 우위에 설 가능성이 커 증시의 수급 여건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센터장은 "외국인이 이날까지 이틀간 1100억원 넘게 내다판 것은 미국 증시 하락에다 원 · 달러 환율 급락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며 "1992년 증시개방 이후 외국인 평균 매수 환율(1100원대)을 따져볼 때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외국인은 '사자' 쪽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