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량 확대에 치중하는 중앙은행들의 정책을 겨냥해 금 투자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파산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면서 공매도 전략을 취해 화제가 됐던 데이비드 에인혼이 설립한 그린라이트 캐피털과 에톤 파크, TPG-액손 등이 대표적인 금 투자에 나선 헤지펀드다.

금 투자 확산은 지난달 국제 금값이 온스당 1천달러를 돌파하고서 조정을 받는 가운데 가시화돼 주목된다.

헤지펀드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내놓는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이 심각한 화폐 가치 하락을 유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에인혼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우리의 본능은 금이 어느 쪽이든 모두 유리하다는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은 통화가치를 유발하는 추가 조치를 가져올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좋다"고 밝혔다.

유럽 지역의 기관 투자자들도 이런 견해에 동조하고 있으며, 한 은행의 상품 매매 책임자는 "큰손들의 금 거래 때문에 지금처럼 바빴던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는 올해 금 가격이 온스당 1천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고 보관과 보험 비용이 생겨 통상 헤지펀드들이 선호하지 않는 투자 대상이지만 최근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려 이자 수익이 줄어든 탓에 이런 단점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

세계 최대의 금광회사인 배릭 골드의 피터 뭉크 회장은 "각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돈을 찍고 또 찍는 것밖에 없다"며 "이것은 결국 눈물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