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이 기술적 반등을 지지선으로 확보하지 못하며 하락,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테러 이후 지난 17일 재개장 이래 지속된 급락을 딛고 엿새만에 미국 뉴욕 주가가 급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선반영됐다'는 인식에 추격 매수세가 약화되며 저항선의 두께를 확인했다.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이레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기관의 '순매수 결의'가 풀려 지난주 이래 억지 매수에 따른 보유물량이 함께 털린 데다 프로그램 매도가 가세, 수급여건이 악화됐다. 키움닷컴증권 금융공학팀의 정선호 대리는 "선반영보다는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너무 빨리 매도방향으로 움직여 10월 옵션 만기일까지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저항선은 하향 강화되는 반면 아직 지지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베이시스 흐름이 지난 7월말 이래 거의 백워데이션 상황이 지속되고 장중 다소 완화되다 종가 무렵 다시 확대되는 등 시장에 대한 전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한투신증권 투자전략팀의 한정희 연구원은 "수급상황도 좋지 않았으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교전설로 낙폭이 커진 것은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이 지속되고 있어 시장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25일 코스피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1.30포인트, 2.21% 떨어진 57.40으로 마감했다. 장중 60.10까지 고점을 높였으나 대기매물에 막힌 뒤 현물 약세와 더불어 하락 전환하며 57.2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마이너스 0.50 안팎을 유지했다가 종가에 밀리면서 마이너스 0.77로 백워데이션이 심화되며 마쳤다. 프로그램 매도는 차익 247억원, 비차익 457억원을 합쳐 704억원이었고, 매수는 165억원에 불과했다. 종합지수는 삼성전자, 한국통신, 한국전력이 3% 이상 급락하는 등 대형주 약세에 음식료를 제외한 전업종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10.06포인트 떨어진 472.13으로 마감했다. 이날 증권사 사장단이 국내 증시가 세계 증시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순매수 결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인위적인 조치가 일주일만에 조기에 해소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격기능이나 시장기능이 정상을 찾으면서 위축됐던 매매가 활성화되고 외국인 매물 출회 우려감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기관 매도는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이후의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 따른 것으로 강제적 순매수 조치의 후유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개입 조치가 해소되자 예상대로 기관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가 꺾임으로써 미국시장의 급반등을 안정계기로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미국 시장 안정 여부 주목, 지지선 확보 가능할까 = 현재 시장의 주된 특징은 테러 이후 보복전쟁이나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이 거론되면서 '지수의 저항선은 단단하게 확인되었으나 지지선은 아직 없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테러의 반인류적 부당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흑백논리로 '적과 동지'를 양단하며 힘의 논리로 강제적 선택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름하여 '무한 정의'를 위한 '21세기 첫 전쟁'의 공포가 시장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주식운용팀의 이해욱 차장은 "전쟁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기까지는 단기적으로 하락리스크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대기성 자금이 풍부해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면 매수세가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의 정선호 대리는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트렌드에 이반하지 않는 매매가 필요하다"면서 "전쟁 개시나 사태진행에 따라 급매물이 나오면서 로스컷 물량이 잡히면 하방경직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해외 변수, 특히 경제외적 충격과 충격의 흡수라는 과정에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은 미국의 반등이 이어질 지가 시장안정을 위한 선결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중 소비자신뢰지수 발표가 그리 좋을 것 같지 않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 역시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지지선 구축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LG투자증권 선물옵션영업팀의 김지한 차장은 "미국 시장이 단기 급반등 뒤 매물이 나올 수도 있으나 폭락 뒤 급반등으로 충격은 흡수된 것으로 본다"며 "기술적 반등이고 불확실성으로 추세반전은 힘들지만 한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투증권의 한정희 연구원은 "부시 정부의 항공업계 자금 지원 등 정상을 찾기 위한 재정 금융정책이 병행되고 있다"며 "소비자신뢰지수 등의 발표가 상쇄될 수도 있어 안정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