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은 현대건설 적자 규모와 감사의견 결정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감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 삼일회계법인의 감사결과 =삼일측은 회계결산 결과 2조9천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전액 반영할 경우 현대건설은 완전 자본잠식은 물론 9천억원대의 부채초과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됐던 이라크 미수금에 대한 손실률을 50%선으로 정해 전체 손실규모가 2조9천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삼일측은 설명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적정'' 의견을 내기 어려우며 ''한정''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실규모 및 감사의견은 28일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당기순손실이 이처럼 커진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당국자 사이에선 지난 결산기까지 1천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이 일시에 엄청난 적자를 보인 것을 놓고 회계법인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 소액주주 어떻게 되나 =정부와 채권단은 이미 현대측으로부터 출자전환 동의서를 받아둔 상태다.

따라서 대주주에 대해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출자전환 전에 감자 조치가 선행되는 만큼 대주주 지분은 완전 소각될 공산이 크다.

또 소액주주 지분이 70%를 상회하고 있는 현대건설에 대해 일괄적인 균등감자가 결의되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상 증여된 정주영씨의 현대건설 지분 15%와 나머지 대주주 지분은 완전 소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배근호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