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서툴고 거칠지만 연출 데뷔작치고는 만족"
조재현(51·사진)은 종횡무진이다. 연기자로 출발해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 행정가로도 입지를 굳힌 그가 이번에는 감독에 처음 도전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독립영화 ‘나홀로 휴가’를 오는 22일 개봉한다.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 강재(박혁권 분)가 10년 전에 놓친 여성 시연(윤주 분)의 주변을 맴돌다가 어느날 그의 집을 찾아가면서 벌어진 일을 담았다. 서울 동숭동 복합공연장 수현재씨어터에서 13일 그를 만났다. 수현재씨어터는 그가 세운 공연장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서툴고 거칠어요. 하지만 ‘공부 못 하는 놈’(자신을 지칭)이 한 과제치고는 잘한 겁니다. 이 정도면 잘했다고 저한테 칭찬해주고 싶어요. 이 영화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하면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거죠, 하하.”

극중 강재는 몰래 시연의 집에 들어갔다가 가족이 들어오는 바람에 장롱에 숨는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연에 대한 사랑과 환상이 깨진다. 영화는 아내에 대한 강재의 배신, 그러면서도 영위되는 부부 관계를 통해 결혼제도의 허상을 꼬집는다.

“결혼은 잘못된 제도라고 봅니다. 그게 정상이라고 말할 뿐이죠. 오히려 계약제로 운영한다면 부부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요. 저는 24세에 결혼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젊어서 놀고 싶었거든요. 제게 사랑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거였어요. 그나마 결혼생활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아내가 말하더군요. 저는 아이들한테 결혼을 늦게 하라고 얘기합니다.”

그가 연출에 도전한 계기는 4년 전 베니스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 영화제에 초청된 전기환 감독의 ‘무게’에 출연했고,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두 감독과 어울리던 중 장난 삼아 이런 소재를 감독해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김기덕 감독은 그 소재만 갖고 영화화한다면 20분이면 끝날 것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지난해 봄 글로 옮겨보니 맞더군요. 그래서 강재의 친구 캐릭터를 새로 설정하고 주변에서 들었던 사연들로 채웠습니다. 강재 역의 박혁권 씨한테 원고를 보여줬더니 ‘아이디어를 시나리오로 완성시킬 줄은 몰랐다’며 놀라더군요. 영화를 본 40~50대 관객들은 열광(?)해요. 20~30대 여성들은 그 남성의 감성을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배우, 감독 사이에서 그는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배우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죠.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다른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자리입니다. 감독도 배우를 빛나게 해줍니다. 주인공 박혁권 씨가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받으니까 감독으로서 기쁘더군요. 감독이 제게 특별한 도전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감독은 그저 배우 옆의 영역일 뿐이죠. 편하게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