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을 팔찌로 막고 보이지도 않는 비행기 위로 폴짝 뛰어 내리던 원더우먼 린다 카터(57)가 우리 앞에 다시 등장했다.

AP는 4일 '히로인' 린다 카터가 원더우먼이 아닌 가수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AP는 "카터가 AP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최첨단 오디오의 버튼조차 제대로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오디오에서는 샘 쿡의 토치송 '유 센드 미'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샘 쿡이 아닌 바로 린다 카터였다.

카터는 "컴백하기 전까지 내가 노래를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몰랐다"며 "노래는 마치 폭풍과 같고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카터와 음악적으로 줄곧 같이 일해온 드러머 폴 레임은 "카터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재능 있는 가수"라며 "누구든지 그의 노래를 들으면 만화에서 보던 여주인공이 아닌 힘있고 풍부한 감정이 실린 진짜 카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앨범에는 '크라이 미어 리버'와 '블루스 인 더 나잇', '썸머타임', '밀리언 달러 시크릿' 등이 수록돼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부부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춰 화제가 된 에타 제임스의 '엣 라스트'도 만나볼 수 있다.

카터는 원더우먼이 되기 전에 한때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피닉스에서 자란 카터는 14세에 직업가수로 데뷔했으며, 17세에는 라스베이거스의 사하라 호텔과 카지노에서 가수로서 데뷔 무대를 갖기도 했다.

카터는 "10대 시절에는 내가 꿈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노래로 돈을 버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가수를 그만 두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 후 카터는 1972년 미스 월드 USA에 뽑혔고 1976년~1979년 4년간 원더우먼으로 열연했다. 원더우먼으로 인기를 얻고 난 후에는 '스몰빌'과 '더 유크스 오브 하자드', '스카이 하잇'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인기 TV 시리즈 '로 앤드 오더'에서 반사회적 이상 성격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또 2005년에는 런던에서 열린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했으며, 1년 뒤 브로드웨이의 '시카고' 10주년 쇼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에서 카바레로 새로운 연기에 도전했다.

새 앨범과 함께 가수로 돌아온 카터는 현재 카바레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카터는 이달 할리우드 선셋 블루바드와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갖고, 4월에는 워싱턴에서 자선기금마련을 위한 공연을, 6월에는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공연을 잇따라 열 예정이다.

카터는 "나는 사람들을 웃겨주고 싶고 나를 편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100명이 있어도 1500명의 관중이 있는 것처럼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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