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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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2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최강자인 TSMC는 엄살을 부렸다. 당시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설비투자를 작년에 비해 최대 12%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TSMC 투자는 되레 1조7000억원(상반기 기준) 넘게 늘렸다. 번 돈을 모조리 쏟은 데 이어 차입금까지 얹어 투자를 감행했다.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의 투자비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30년까지 TSMC를 넘겠다는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21일 TSMC의 경영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181억1000만달러(약 22조64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상반기 설비투자(167억2000만달러)에 비해 8.3%(13억9000만달러·1조7400억원)나 늘었다. 통상 설비투자가 하반기에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투자액이 작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TSMC는 올해 초엔 투자를 줄일 것처럼 밝혔다. 이 회사 경영진은 지난 1월 12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 시설투자 목표액을 320억~360억달러"로 제시했다. 지난해(363억달러)보다 시설투자액을 최대 11.8%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TSMC의 시설투자액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PC 소비가 움츠러든 만큼 투자를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TSMC 상반기 투자는 되레 늘었다.

상반기 투자비 규모(167억2000만달러)는 이 회사가 상반기 벌어들인 이익(세전이익 기준·150억2600만달러)도 넘어선다. TSMC는 투자비 충당을 위해 내부 현금은 물론 차입금도 동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 상반기에 이 회사는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으로 221억5000만달러(약 27조6900억원)를 조달했다.

TSMC는 투자액 대부분을 파운드리 설비 증설에 쏟는다. 업계 1위인 TSMC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60.1%에 달했고 삼성전자는 12.4%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점유율은 물론 투자에서 상당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투자를 12조원대로 보고 있다. TSMC의 상반기 투자액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설비투자비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