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현지 유통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랜드 킴스클럽 PB 제품인 오프라이스 볶음밥. 사진 이랜드
홍콩 현지 유통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랜드 킴스클럽 PB 제품인 오프라이스 볶음밥. 사진 이랜드
한류 열풍에 올라탄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 외식기업이 아닌 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이 해외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하는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끈다. 보통 마트PB 제품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가성비'를 앞세우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현지 유통사를 공략하기 쉽지 않은데, 국내 유통사가 PB 제품 수출에 나서면서 K-푸드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졌다는 평가다.

21일 이랜드에 따르면 '킴스클럽'의 PB 제품인 '오프라이스 볶음밥'이 지난해 4월부터 홍콩 대형 유통사인 TFH(Tai Fat Hong)를 통해 홍콩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수출 규모는 연간 15억원 수준인데, 꾸준히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납품 수량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오프라이스 외에도 해외에서 판매되는 마트 PB 제품들이 꽤 있지만, 대부분 국내 대형마트 체인의 해외 현지 지점에서 팔리는 형태다. 하지만 오프라이스는 킴스클럽의 해외 지점이 아닌, 현지 유통체인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홍콩 현지 유통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랜드 킴스클럽 PB 제품인 오프라이스 볶음밥. 사진 이랜드
홍콩 현지 유통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랜드 킴스클럽 PB 제품인 오프라이스 볶음밥. 사진 이랜드
업계 관계자는 "마트 PB는 식품제조사보다 전문성과 노하우가 부족한 유통사가 기획한 제품이라 보통 '품질'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마트 PB가 현지 유통채널을 뚫었다는 건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 현지 유통사에 납품 중인 마트 PB는 오프라이스가 유일하다.

오프라이스 볶음밥이 홍콩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건 국내 유명 맛집과 협업해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오프라이스 볶음밥은 하남돼지·생어거스틴·BBQ 등 국내 외식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식당에서 먹는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오프라이스 볶음밥이 한국의 1등 외식브랜드와 컬래버한 상품이라는 것 자체가 큰 마케팅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K-푸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오프라이스 열풍에 일조했다. 현지에서 판매 중인 오프라이스 볶음밥은 포장지에 한국어 마크가 인쇄돼있다. 홍콩 소비자들이 광둥어가 아닌 한국어가 쓰인 포장지를 더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에 1인 가구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착안해 한번에 먹을 수 있는 1인분 기준으로 소포장하는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편 것도 인기 요인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