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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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종 묶음 판매 등을 통해 '가성비 제품'을 강조했던 홈쇼핑 업계가 최근 들어 명품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며 오픈마켓과 저가 경쟁을 벌이기보다 고급화 전략을 택하겠다는 취지다. 방송시간 동안 쇼호스트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홈쇼핑만의 특징을 활용한 전략이다.

주요 홈쇼핑사 명품 주문금액 '껑충'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홈쇼핑사의 명품 카테고리 주문금액은 일제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CJ온스타일의 지난해 명품 카테고리 주문금액은 2019년 대비 약 30% 증가한 2000억원을 기록했다. 홈쇼핑 4사 가운데 명품군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홈쇼핑에서도 최근 5년간 매년 20%씩 명품 취급액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롯데홈쇼핑에서는 연평균 125%씩 주문금액이 증가했다.

홈쇼핑 업계가 주력하는 명품상품군은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신(新) 명품' 브랜드다. 아페쎄(A.P.C)·아미·아크네스튜디오·메종키츠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하이엔드급 명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백화점으로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 백화점과 e커머스 사이에 포지셔닝 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강화한 것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2019년에만 해도 루이비통, 롤렉스 등 오랜 역사의 명품 브랜드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지난해에는 50만원 내외의 신명품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 제공
CJ온스타일 제공
'가성비 명품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플랫폼들의 협업도 활발하다.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뒤 라이브방송을 통해 머스트잇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쇼호스트가 상품을 직접 착용하고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판매 방식으로 특성을 내세워 '가품 논란'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마켓도 명품 판매 위해 홈쇼핑처럼 방송

일부 오픈마켓 역시 고가의 명품을 판매하기 위해 홈쇼핑 형식을 차용한 사례도 있다. 11번가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구구스와 협업해 지난 8월 라이브쇼핑에서 중고 명품을 판매했다. 당시 방송 중에는 1000만원이 넘는 에르메스 가방, 롤렉스 시계가 판매됐다. 방송 1시간 동안 동시 접속자는 최대 33만 명에 달했다.

e커머스 업계에선 "11번가의 주력 채널인 오픈마켓을 통해 고가의 상품을 판매했더라면 이 정도의 거래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호스트의 설명에 양방향 소통까지 더해져 고가의 상품이 판매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에르메스나 롤렉스는 백화점에서나 살 법한 하이엔드급 명품인데 중고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획전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직구시장이 커지고있는 만큼 홈쇼핑이 명품을 판매하는 경쟁력있는 채널로 자리잡을지는 미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패션 상품 해외 직구액은 2019년 1조4082억원→2020년 1조5600억원→2021년 1조9918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GS샵은 2020년 연간 200억원 수준으로 운영했던 명품군 제품을 이듬해 절반인 1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GS샵 관계자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비롯해 해외 직구 채널이 늘어나면서 명품을 둘러싼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편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