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카카오표’ 손해보험이 베일을 벗는다. 카카오톡에서 클릭 몇 번으로 휴대폰 파손 보험에 가입하고,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일회용 보험을 드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길게는 1주일 걸리던 보험금 지급 기간도 대폭 짧아진다. 은행·간편결제·증권에 잇따라 진출하며 금융사업 영역을 넓혀온 카카오가 보험업에 던진 도전장이다.

보험업도 뚫은 빅테크…"진짜 메기가 왔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의 보험업 진출을 공식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예비 허가를 내준 지 10개월 만이다. 카카오손보는 향후 사명을 확정하고 서비스 준비 기간 등을 거쳐 이르면 올 3분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분율은 카카오가 40%, 카카오의 결제 부문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60%다.

강력한 플랫폼을 갖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보험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손보는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필요한 보장만 직접 선택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보험이나 지인과 함께 가입할 수 있는 동호회 보험, 카카오 커머스와 연계해 반품비용을 보상해주는 반송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험금 지급 기간을 단축하고 24시간 챗봇 상담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1인 가구가 늘고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겨냥했다.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한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손해보험 소비자 67%는 여전히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카카오손보는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온라인으로만 모집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다. 월간 이용자 수(MAU)가 각각 5000만 명, 3800만 명에 육박하는 카카오톡·카카오페이 플랫폼을 거느린 카카오에는 최적의 사업 방식이란 평가다. 지금도 한화손해보험 계열의 캐롯손해보험이 디지털 손보사로 영업하고 있지만 5대 대형 손보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못 미칠 정도로 점유율이 미미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카카오는 플랫폼 영향력이 워낙 큰 데다 자금력도 막대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미니보험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손보가 젊은 층의 접근성이 높은 미니보험으로 미래 고객을 대거 차지할 것이란 위기감이 높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