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실험’이 엘살바도르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9일 엘살바도르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두 단계 끌어내렸다. 엘살바도르는 이미 ‘정크(투기)’ 등급이었으나 이번 강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가까운 CC 등급까지 불과 두 단계만 남겨놓게 됐다.

피치는 엘살바도르가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불확실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 집중으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내년 1월 8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국채 만기 도래에 앞서 단기 부채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1981년생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사진)은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나랏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며 ‘저점 매수 성공’을 과시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놓고 IMF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IMF는 “비트코인은 재정 안정성·건전성, 소비자 보호, 재정 우발채무 등에서 위험이 크다”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부켈레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피치는 올해 엘살바도르 경제성장률이 3.5%로 지난해(10.5%)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