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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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기란 보험 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자(보험사)를 기망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같은 개념 정의는 2016년 제정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법은 보험 사기에 대해 일반 사기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형량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보험 사기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2018년 7981억원 △2019년 8809억원 △2020년 898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요.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요. 20대 국회에서 총 8개 법안이 제출됐다 결국 무산됐고 21대 국회 들어서도 4개 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것으로 그동안 지적돼온 개선 사항이 총망라돼 있지만 정작 정무위에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법안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크게 △보험 사기에 가담한 설계사, 의사, 정비사 등 전문가 가중 처벌 △(보험사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 부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차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기준 마련 △보험 사기범의 부당 보험금 환수 및 해당 보험 계약 해지 등 총 네 가지입니다.

내용만 보면 이미 응당 시행됐어야 할 법안일 거 같은데 왜 지난해말 발의된지 1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공전만 하고 있는 걸까요.

이는 핵심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가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법안이 제출된 직후 대한병원협회는 각 주요 내용별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내는 등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먼저 이미 기존 법률에서 상습 범죄나 사기 규모에 따라 형량을 가중하도록 돼 있는 만큼 관련 종사자에 대해 추가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이중 규제 및 과잉 입법에 다른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또 입원은 어디까지나 주치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보험 사기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정상 입원과 허위 입원을 판별하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금융위의 자료 제출 요구권에 대해서도 수사기관도 아닌 일반 행정부처에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가 포함된 자료 요청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듣고보니 이 같은 의료계의 입장에도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보험 사기가 관련 전문가들의 가담으로 점차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는데다 이들의 사기 행위는 선량한 일반 보험 계약자의 범죄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 사전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가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입니다.

아울러 과거 심평원이 요통을 이유로 무려 839일 동안 병원을 2~4주 단위로 옮겨다닌 '메뚜기 환자'에 대해 입원이 적정하다고 평가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최소한의 적정성 심사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허위·과다입원 보험 사기의 혐의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제시했지요.

금융위 자료 제출 요구권에 대해서도 최근 민영 실손보험과 건보공단 급여 부당청구가 결합된 보험 사기가 급증하고 있지만 양측 자료를 비교 검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보험 사기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서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의료진의 땀과 희생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일부 병의원의 일탈 행위는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해하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지요.

부디 내년에는 정치권과 정부, 보험업계, 의료계까지 합심해 보험 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