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자 부진' 지적에 업계 "해외M&A·연구개발도 통계에 넣자"

"국내총생산(GDP)보다는 국민총소득(GNI)이 더 현실적 통계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경제활성화 대책을 결정하면서 "민간투자는 강력함이 결여된 상황"이라며 투자 부진을 꼬집자, 기업 측에서 이같이 반박하면서 GDP와 GNI 통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경제는 지금 침체 상태이므로 GDP 통계를 기준으로 기업 투자를 촉구하는 정부의 이런 지적은 얼핏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은 억울해한다.

규모가 큰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 등이 GDP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GDP 통계가 세계화 시대에 국경 밖에서 벌어지는 자국 기업의 M&A 투자 등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논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M&A도 기업으로서는 투자인데 GDP에 잡히지 않는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3조3천억엔(약 36조원)에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영국 ARM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각종 일본내 연구소들의 연구개발비도 GDP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GDP는 연구개발비를 기업의 경비로 간주해 투자규모에서 제외해왔다.

GDP에 잡히는 것은 일본 내 공장의 기계설비, PC, 소프트웨어 투자 등에 한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구개발이나 브랜드, 저작권, 그리고 해외 투자 등 M&A를 통한 주식 취득 등을 포함하면 GDP에 계상되지 않는 일본의 투자는 연간 35조~40조엔 규모나 된다.

현행 기준에 따른 일본의 2015년도 투자규모는 72조엔이다.

GDP 600조엔 달성을 바라는 일본정부는 설비투자 80조엔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면서 사내유보 규모가 360조엔이나 되는데도 기업이 투자에 인색하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이에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연구개발이나 해외투자도 포함시켜서 생각하면 결코 투자가 적은 게 아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관에서 차이가 미묘하다.

논란이 계속되자 일본정부는 3분기에 GDP 통계 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연구개발비를 설비투자에 계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매년 적지 않은 규모인 해외투자도 GDP에 넣을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투자는 배당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GDP보다 넓은 개념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을 반영하는 GNI가 더 현실적인 통계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예를 들면 지난해 일본 GDP 성장률이 0.8%였던 것에 대해 GNI는 2.5% 늘어났다.

전문가 사이에선 글로벌화가 많이 진행된 점을 들어 GNI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즈호종합연구소 다카타 하지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경제대책은 GDP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 뿐이다.

연구개발 후원용 세제개혁 등 기업들의 여망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통계기준을 바꿔야만 보다 적절한 경제처방전이 나올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