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계경제에는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많다.

유가는 바닥 모르고 추락 중이며 신흥국의 부채 문제와 중국 경제 경착륙, 미국의 긴축 정책 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위협했던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유럽, 일본과 다른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도 시장에는 큰 불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던 작년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검은 황금'은 옛말…추락하는 유가, 세계경제 최대 변수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악재중 하나는 심각한 저유가 현상이다.

이미 저유가로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 경제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율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셰일오일 생산 업체들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뒤 이를 갚지 못하면서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2차·3차 경제적 여파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30달러대까지 30% 넘게 하락한 만큼 올해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추가 하락 요인이 더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공급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올해 초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 나라 원유가 시장에 공급된다.

미국도 최근에 자국산 원유 수출금지를 해제하면서 원유시장 공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져야 감산할 수 있다고 봤고 모건스탠리도 "2016년에는 (유가가) 균형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내년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은 3.3%로 전망돼 올해 3.0%보다 높았다.

하지만 유가가 30달러 선까지 내려온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세계경제 전망 역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유가 폭락으로 물가와 경제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빗나갔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당초 (3.3%의) 전망은 유가를 50달러 선으로 본 것"이라며 "유가가 더 낮은 폭으로 떨어져 신흥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좋은 시절은 끝났다"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새해에도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여년 간 누렸던 고속성장의 동력을 잃었고 경착륙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을 6.8%로 예상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각각 6.3%, 6.7%로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내년도 중국 성장 전망 평균치는 6.4%에 그쳤으며 중국당국도 6.5% 아래를 비공식 목표치로 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이 25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하강하면 신흥국과 선진국이 도미노 타격을 받는다.

이미 중국에 대한 철광석, 무연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들은 중국 경기 둔화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중국 경제 침체를 우려하며 빠져나온 자금이 엔화나 유로화 등에 몰리면서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선진국에도 부담이 갈 수 있다.

◇ 미국도 금리인상으로 불안…세계 경제 이끌어갈 선진국 없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역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시행해온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고용과 수출을 비롯한 자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서기에는 아직 경제가 불안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경제활동 인구가 줄었고, 주택가격은 회복했지만 소유율은 오히려 줄었다"며 "미국 경제 회복이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긴축정책으로 수출 등이 부담을 받으면서 미국의 경제가 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해 금리 인상을 시사한 이후 이미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 수출은 주춤했다.

미국 대선도 중요한 요소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공화당이 집권하게 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신흥국, 이중고에 부채 급증 문제까지 겹쳐 신음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크게 몸살을 앓는 것은 신흥국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중국발 경기둔화로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위기에 직면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환율은 폭등하고 이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도 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은 3.9%에 그쳐 2010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신흥국들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는 새해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벌이면서 빠져나온 자금이 고수익 시장으로 몰렸고 신흥국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흡수했다.

신흥국 기업 부채는 2014년 18조 달러로 2004년 4조 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표적인 신흥국인 중국에서는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 및 민간 부채 규모가 GDP의 148%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44%로 치솟았다.

미국이 이미 금리 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심화하면 기업들의 부채 부담은 커진다.

또 자금이 일거에 신흥국에서 빠져나가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과 다른 길 가는 유럽·일본 통화정책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이 사실상 정반대 방향의 통화정책을 펼치게 되면서 세계경제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지금까지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요 선진국도 줄줄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선진국 간의 통화정책도 차이를 보였다.

미국 연준은 지난해 12월 16일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지만 같은 달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은 양적완화 추가책을 내놨다.

ECB는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대상과 기한을 늘렸고 BOJ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소폭 확대했다.

이 같은 현상을 시장 전문가들은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대분기)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ECB가 만들어진 1999년 이후로 처음으로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내년 세계경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ECB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가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반감될 수 있고, 미국으로서는 달러의 나 홀로 강세가 심화하면서 금리 인상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