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 소송도 하고 사외이사 후보도 추천해야"
"기관들 위임장 받아 기업들과 '위임장 대결' 필요"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16일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 노력의 결실을 보려면 주주대표 소송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임, 횡령으로 불법 행위를 한 이사가 있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 소송에 나서야 하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며 "국민연금이 재벌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의 반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서 (대주주 우호 지분이 많은 기업과) 위임장 대결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2012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 최근 들어 불거진 얘기는 아니다.

국민연금은 예전에도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다만 반대 비중이 올라가는 것은 추세적인 상황이다.

의결권 강화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체계를 서서히 갖추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국민연금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단체가 많아지는 것도 긍정적이다.

감시자가 많아지는 셈이다.

--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타개책은.
▲ 국민연금은 혼자 반대할 뿐 다른 투자자들에게 같이 반대하자고 권유하는 움직임이 없다.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서 반대 운동을 해야 한다.

의결권 대리 행사와 관련해 권유를 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은 안 하고 있다.

작심하고 이기려고 해야 하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느낌이다.

-- '횡령·배임 등으로 1심 판결을 받은 자' 등의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개정안은 무산됐다.

▲ 2012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으로 있었다.

당시 국민연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대해 '중립'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 잡음이 있었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내부 지침을 만들었는데 횡령·배임 관련 사항이 있었다.

이번에 내부 지침을 공식화하려는 것이었기에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올리고 계열사를 돌아가며 장기 재임하는 것을 막은 것이 의미가 있다.

-- 국민연금 의결권이 선진국 연기금과 비교해 약한 이유는.
▲ 미국이나 영국의 대형 연기금은 국민연금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선진국 연기금은 주주권 행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을 비롯해 각 주의 연기금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의 연기금은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한다.

한국은 재벌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국민연금은 반대를 하지만 위임장 대결을 하고 있지 않다.

-- 재계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반대하는데.
▲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를) 경영 자율권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자율권이 아니라 주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의결권 강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 재벌 눈치를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서 반대했다고 안건이 부결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선임이 되도록 의결권 대리 행사를 해야 한다.

감사 후보도 추천해야 한다.

배임, 횡령으로 불법 행위를 한 이사가 있어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대표 소송도 해야 한다.

주주대표 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총수 일가 또는 경영진이 저지른 배임·횡령 죄에 대해 민사상의 책임을 묻는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훔쳐간 돈은 마땅히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데 그러면 회사 가치도 올라간다.

회사에 투자한 국민연금에도 이익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