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어제 전국 1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기업들의 평균 설비투자계획은 올해보다 6.4%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들의 투자가 11.2% 늘어날 것이란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업들의 올해 투자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평균 두자릿수 이상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을 감안하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업들이 투자확대 이유로 생산물량 확대 및 신제품 생산(45.8%), 노후시설 개선(25.5%) 등을 많이 꼽았지만 신규사업 진출(18.6%), 미래대비 선행투자(8.8%)를 내세운 기업들도 적지않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내년에 일부 기업들의 경우 공격적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새해 경영방침을 조사한 결과 주요 대기업들의 화두는 '도전'으로 나타났다. '도약의 해''도전적 목표 설정''신사업 조기 가시화' 등이 이를 말해준다. 특히 대기업들이 신사업을 앞당기면 내년에 투자 분위기를 확실히 호전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내년 경영환경을 결코 낙관(樂觀)할 수만은 없는데도 기업들이 도전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은 내년에도 더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화가치 상승과 국제유가 움직임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기업의 반격이 시작되고 중국기업의 추격도 거세질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기업들이 신사업에 나서겠다는 것은 지난해 위기국면에서의 단기 생존을 뛰어넘어 이제는 장기적인 성장을 향한 포석을 깔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솔직히 우리의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 더욱 왕성해질 수 있는 기업환경을 조성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완화에 더 과감해야 할 것이고,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지원에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내년 경제운용방향과 관련해선 출구전략의 시기에 신중하게 임할 필요가 있고, 노사관계 안정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내년 한국경제의 도약 여부는 기업투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