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은 경기가 1분기에 비해 비교적 가파르게 올라갔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는 지난 1분기의 생산수준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았던데 따른 기술적인 반등의 효과도 적지않다.

또 정부의 재정지출과 승용차 세제혜택 효과를 제외하면 자생적 성장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당국은 경기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 시행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비 기록적 수치 쏟아져
전기 대비 성장률로는 기록적인 수치들이 많이 나왔다.

생산의 종합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로 2003년 4분기의 2.6%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003년 이후 전기비 성장률이 2%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고 최고치는 2006년 1분기의 1.7%였다.

한은은 2분기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것은 ▲승용차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민간소비가 늘어났고 ▲정보통신,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좋았으며 ▲재정재출도 상대적으로 많았고 ▲설비투자도 증가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3.3% 늘어나 2002년 1분기의 3.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작년에는 1분기 1.1%, 2분기 -0.2%, 3분기 0%, 4분기 -4.6%였고 올해 1분기에는 0.5%에 그쳤다.

설비투자도 8.4% 증가해 2000년 1분기의 17.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작년 4분기에 -14.2%, 올해 1분기 -11.2%였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5.1% 늘어나 1988년 1분기의 5.7%이후 가장 높았다.

작년에는 1분기 -1.7%, 2분기 1.0%, 3분기 -3.3%, 4분기 -2.2%였고 올해 1분기에도 0.1%에 그쳤다.

2분기에 이 지표가 호조를 보인 것은 원자재를 비롯한 수입상품 가격이 반도체 등 수출상품 가격보다 더 크게 하락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 GDP 여전히 낮은 수준
GDP와 부문별 지표들이 전기 대비로 기록적인 성장을 했지만 이는 작년 4분기와 1분기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2분기의 실질 GDP를 전기가 아닌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2.5%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GDP는 작년 4분기 -3.4%, 1분기 -4.2%에 이어 2분기에도 비교적 큰 폭의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이렇게 크게 떨어진 적은 환란이후 없었다.

민간소비도 작년 동기 대비로는 1.1% 줄어들어 작년 4분기의 -3.7%, 올해 1분기 -4.4%에 이어 3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7.%로 계산돼 작년 4분기의 -14.0%, 올해 1분기 -23.5%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전기비 성장률의 상당부분은 정부정책에 따른 것이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기 대비 GDP 성장률 2.3% 가운데 승용차 세제혜택에 따른 것은 0.8%포인트에 이른다"고 밝히고 "정부 재정지출에 따른 기여도는 전기 대비로는 계산되지 않았고 작년 동기대비로는 1.9% 포인트 가량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재정지출의 기여도를 전기 대비로 환산하면 대략 0.7∼0.8% 포인트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정부부문을 제외한 자체 성장률은 1%도 안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회복세, 하반기에도 이어지나
2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2.3%에 이르면서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성장세를 이끌었던 원화약세 효과, 재정투입 효과, 금융완화 효과 등이 하반기에 지속될수 없기 때문이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생적 성장 모멘텀에는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 내수가 빠르게 올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아직 고용이 부진하고 소득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3분기에는 미약한 성장세로 주저앉을 것"이라며 "저성장 기조를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느낌이 있다"며 "대외 여건이 불투명해 하반기에는 경제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재정정책 뿐아니라 중국 경제의 반등이나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서 빠져나온 것도 2분기 경제성장에 힘을 실었다"며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은 어느정도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연구원은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도 있겠지만 하반기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3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바닥을 찍으면서 전기대비 1% 안팎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홍정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