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우리나라의 경제위기는 불황의 저점 기간이 오래 지속되는 ‘U자형’ 또는 ‘욕조(Bathtub)’형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이와 함께 지난해말 현재 실질적 실업자수는 93만명으로 취업준비생을 포함할 경우 이미 실업자 규모가 144만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고용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심포지엄에서 정인수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은 “단기 일자리 정책보다는 국가경쟁력 쇠퇴를 예방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 강화형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고용위기 진단과 정책대응’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경기 저점 지속기간이 2∼3년 이상 장기화하는 U자형이나 욕조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적자본 및 핵심인재군의 도태를 초래할 수 있는 단순 경기회복형 전략 대신에 일자리 창출형 국가 경쟁력 강화사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어 국가경쟁력 강화형 일자리 정책으로 지식경제부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 정책과 환경부의 녹색기술,노동부의 국가고용인프라 선진화와 사회안전망 확충정책 등을 예시로 들었다.

정 원장은 특히 “취업알선 및 직업훈련 등 실업자의 취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고용지원서비스의 인력과 예산을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고용정보원은 시나리오별 실업전망도 내놨다.가장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3%를 가정한 V자형 시나리오에선 취업자 증가 10만명,실업자 85만명으로 예상돼 현재 대책으로 충분히 대응가능하다고 평가했지만 가능성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이어 경제성장률 2%를 기반으로 한 U자형 시나리오에선 취업자 증가가 4만명에 그치고,실업자는 89만명,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실질적 실업자는 102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상당히 심각한’ 국면을 상정한 욕조형 시나리오는 성장률을 1.3%로 예측한 것으로 신규 취업자는 오히려 2만명이 줄어들고 취업단념자를 포함한 광의의 실업자가 17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 원장은 “욕조형은 경기 저점 지속기간이 2년 이상 길어지고 경제성장률이 1%이하로 상당히 심각해지는 경우”이라며 “이 경우 실업자 직업훈련과 대부사업을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하의 선진국 복합고용전략의 한국에의 시사점’이라는 발제문에서 “미국 등 선진국들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고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우리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 국가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복합고용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평상시에는 단선전략을 취해도 시장기능이 활성화돼 고용이 자동 창출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단선전략을 펴면 장기불황으로 그 효과가 반감되거나 위기 회복 이후에 국가경쟁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