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고유가 시대가 세계의 정치.경제 지도를 바꾸고 있다.

석유자원이 풍부한 산유국들은 고유가로 인한 전례없는 수익을 누리고 기회를 향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인도를 포함해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들은 사회.경제적 비용의 급증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라는 상징적인 이정표를 향해 치솟으면서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석유가 필요한 국가들은 부족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를 할키면서 아무리 고약한 국가라 할지라도 그들과 거래를 하고자 하고 있고 석유자원은 풍부하지만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부패가 좀을 먹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새로운 승자는 대표적으로 러시아를 들 수 있다.

10년전만 해도 거의 파산 상태였던 러시아는 고유가에 따른 막대한 석유 수입을 향유하고 있다.

경기장 시설 등에 1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최근 따냈고 영국 런던의 고가 부동산 시장에도 러시아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석유로 일군 부를 국민 건강복지나 교육, 주거 개선 등에 투입하고 있다.

산유국들에게는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쓸지가 고민 거리가 되기도 한다.

세계 10위의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2008년말까지 모든 어린이가 보조금을 통해 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치원에 대한 지출을 작년의 27억5천만달러에서 올해는 33억달러로 늘렸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 수입을 무료 의료.교육 혜택 제공 등 사회주의 혁명에 쏟아부으면서 엄청난 공공지출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 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가 투명치 않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일부 산유국에서는 부패가 고유가의 혜택을 반감시키고 있다.

앙골라의 경우 석유사업으로 인해 수도 루안다의 경우 호텔 예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고 고급 자동차 판매도 붐을 이루는 등 올해 경제성장률이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앙골라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3명중 2명으로 2002년과 변화가 없다.

석유 수입의 과실이 관료들에게만 집중되는데 따른 것으로 2003년 현지의 한 신문은 상위 20위 부자중 17명이 전.현직 관료라고 보도하기도 했었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석유 수입국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석유 소비의 절반 가량을 수입해야 하는 중국은 정유사들이 수익성이 맞지 않는 정부 통제 가격으로는 경유를 공급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유류 공급 부족에 직면하자 지난 1일부터 소매가격을 10% 가까이 올렸다.

소비량의 70% 가량의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인도도 보조금으로 석유 소매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시켰지만 유가의 급등이 지속되면서 보조금을 줄여야만 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석유 소매가격의 상승은 중국과 인도에서 사회적 불안을 크게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면서도 고유가의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경우 석유를 전량 수입하지만 산유국인 러시아와 중동 국가와의 교역이 급증해 득을 보고 있다.

독일의 대 러시아 수출은 2001년에서 2006년까지 128%나 늘어났다.

신문은 고유가로 인한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는 것은 국제 정치의 핵심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고유가 수익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산유국들의 국부펀드가 서구에서는 새로운 위협으로 여겨지고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