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공정거래위원회와 정유회사간 ''군납유(軍納油) 파동''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올들어 실시한 군납유류 입찰이 3회 연속 유찰되자 공정위가 정유사들의 담합 여부를 조사키로 한 것.정유사들은 이에 대해 국방부 조달본부의 예정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8일 "국내 정유사들이 공동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군납유류 입찰에 불참했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공동의 거래 거절''에 해당된다"며 실태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조달본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3차례에 걸쳐 올해 군납유류 입찰을 실시했으나 정유사들이 예비가격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모두 불참해 자동 유찰됐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국방부가 제시한 예비가격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낮은지를 조사키로 했다.

지난해에도 군납유류 입찰이 9차례나 유찰돼 전시비축유를 사용하게 되자 국방부가 정유사들에 입찰참여를 강권,정유사들은 물량과 가격을 상호협의해 입찰에 참가했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정유사들이 담합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1천9백억원의 사상최대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방부의 예비가격이 수익성을 맞출 수 있는 정도인데도 정유사들이 담합해 불참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그러나 예비가격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불참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이번 군납유 입찰 불참에 담합은 있을 수 없다"며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석유제품을 사오는 수입 석유회사 13개사 가운데 한 곳도 참가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의 예정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덤핑유가 거래되는 싱가포르 국제시세를 기준으로 예정가를 산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군의 경우에도 지난해 극동아시아사령부에서 일괄구매한 수송용 경유는 ℓ당 2백33.76원을 적용한 데 반해 주한미군이 국내에서 조달한 수송용 경유는 ℓ당 3백90.21원으로 크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첨가물,수송 및 보관조건의 차이가 반영돼 있으나 국방부는 이를 무시한 채 응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LG 현대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일단 각 사별로 긴급 경유 2만5천ℓ를 국방부에 공급키로 했다.

그러나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방부가 군납유류라는 이유로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는 데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택·이방실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