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시일이 가까워지면서 현정권의 남은 치적중 하나인 금융실명제도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3당은 무기명 장기채권발행을 허용하며 금융소득종합과세를
1~3년간 유보한다는 기본원칙에 합의하고 실무선에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재경원과 3당은 대통령선거 당선자가 결정된 직후에 최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금융실명제의 기본골격은 가급적 유지하면서 무기명장기채권을
발행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법에는 무기명장기채권이라는 명칭이 금융실명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 <>거래시 실명을 확인하지 않는
방안 <>국세청통보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출처조사를 면제하는 방안 등도
포함돼 있다.

이 채권은 만기는 5년이상, 발행규모는 최대 10조원 수준으로 하며 판매
시기를 일정기간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를 불문에 붙이는 도강세를 부담시키고 일정기간 도강을 허용하자는
얘기다.

어떤 방식이 됐건 금융실명제는 결국 제역할을 다 못하고 이름만 남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실명제는 당초 공평과세를 통해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세수증대를
도모한다는 두가지의 큰 목표를 갖고 단행됐다.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조성이나 기업인들의 비자금조성을 어느정도 어렵게
만들기는 했으나 차명거래가 성행하는 등 ''검은돈''을 원천적으로 없애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기명장기채발행으로 지하자금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내 산업자금화하고
금융경색은 해소할수 있게 되지만 상속세 증여세 종합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합법적인 길을 터주게 됨으로써 경제정의는 퇴색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일부에서는 실제 산업자금을 확충하는 것보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
하는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처음으로 적용된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종합소득에 대한 신고를 5월까지 완료하고 7월께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집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수차례 발표
일자를 연기했으며 현재도 집계결과공표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실시로 금융소득에서 발생한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관측이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차명거래가 성행함을 반증할 뿐아니라 금융실명제가 세수증대에도
기여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1~3년간 유보하는 경우 금융실명제의
역할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셈이 되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정치권및 업계의 관행과 심리적 불안감이라는 벽을 뛰어
넘지 못하고 결국 현정권과 함께 그 수명을 다하게 될것으로 전망된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