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00만원 내느니 차라리"…30대 무주택자 '중대 결단' [돈앤톡]
30대 생애 최초 집합건물 매수자 4년 만에 최다
'전세의 월세화'에 주거비 부담 '껑충'
"지금 아니면 못 산다" 불안 심리 고조
'전세의 월세화'에 주거비 부담 '껑충'
"지금 아니면 못 산다" 불안 심리 고조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사람은 6만113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0대 매수자는 3만473명으로, 2021년 3만5382명 이후 가장 많았다. 월별로 살펴보면 30대 생애 최초 매수자는 1월 1346명, 2월 1587명, 3월 1779명 등으로 2000명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5월 2754명으로 급증하고 6월에는 3326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2004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1953명) △영등포구(1919명) △노원구(1775명) △동대문구(1711명) △성동구(1692명) △마포구(1677명) △강동구(1661명) △성북구(1658명) 순이었다. 각 개인의 자금 여력에 따라 한강 벨트와 외곽 모두에서 내 집 마련이 활발히 이뤄진 셈이다.
집주인들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기존에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도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려면 월세를 낀 반전세로 밀려나게 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주택 월세 거래 비중은 62.7%로, 전년 동기 대비 5.3%포인트(P) 확대됐다. 아파트 월세 비중도 47.9%까지 올라서며 기존 전세 세입자들도 월세로 차츰 내몰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 계약 9만8480건 가운데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계약은 5187건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1465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배 이상 늘면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59㎡는 기존 전세 보증금 9억8000만원에서 보증금 9억원·월세 40만원 조건으로 갱신됐다. 동작구 상도동 건영아파트 역시 전세 보증금 7억5000만원에서 보증금 4억원·월세 140만원으로 재계약했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 입맛에 따라 세입자는 매달 현금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처럼 전세에 머물며 종잣돈을 모으기 어려워지고 월세로 소득이 지속해서 소진되는 구조가 현실화하면서 '지금이 아니면 평생 전·월세를 전전해야 한다'는 불안 심리가 매수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누적으로 8.71% 오르며 4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이러한 불안을 키운 요소다.
전문가들도 최근 30대의 내 집 마련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던 과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다르다고 구분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는 거주 안정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이 아닌 강남 등 한강 벨트 주요 지역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30대 매수세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에서도 활발했다"며 "과거 영끌족이 집값 상승을 노린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면 지금 30대는 월세 부담을 피하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거주지를 확보하려는 방어적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