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고 또 엮고…시간을 엮으며 나를 키운다
2022년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
말총의 화려한 변신 주도해 뿌듯
로에베 재단은 올해도 정 작가를 밀라노 전시회에 초청했다. 전시회 주제는 ‘로에베 램프’. 정 작가가 소재로 쓰는 말총은 말갈기나 꼬리털을 말한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말총으로 망건, 갓 등을 짰다고. 얇고 가느다란 동물 털을 일일이 엮어 형태가 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니 그 고됨은 가히 상상 가능하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전시장에서 만난 정 작가는 그 수고로움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로에베 램프 제작에 석 달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정 작가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끊임없이 작업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서”다.
“좋은 작가의 정의는 다 다르겠지만 저는 끊임없이 작업하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를 만들어도 진짜 정성을 다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성실의 시간으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받았지만 정 작가는 최근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시간도 물론 중요한데 말총이 입체적 형태를 지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는 것. 쉽게 말해 ‘말총의 변신’을 보면서 정 작가 스스로를 투영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말총을 변신시켜 입체적 조명이라는 결과물을 만든 것 자체가 매우 뿌듯하다”며 “얇은 털이어서 동그랗게 벌렸다가 다시 오므리는 형태를 만드는 게 매우 어려웠는데 그걸 해냈을 때 성취감이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에는 고양이 무늬도 엮어 넣었다. 정 작가는 “길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한 ‘집사’라서 작품에 고양이 꼬리를 형상화한 무늬를 넣었다”며 “램프 바닥에는 제주도에서 자주 보고 자란 삼나무를 써 전구를 받쳤다”고 했다. “말총이 빛을 받으면 빛이 투과되면서 반짝 빛나거든요. 저도 말총처럼 빛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밀라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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