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제도 간담회가 또 열린다. 금융감독원이 오는 25일 개인투자자 일부를 초대해 개최한다. 시장 일각에 퍼져 있는 뜬소문을 해소하고, 공매도 전산화를 비롯한 제도 개선안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유가 있다. 금감원 등은 작년 10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반년간 공매도 간담회를 세 차례 열었다. 내용은 사실상 매번 같았다. 공매도 거래 절차와 방식이 어떤지 각 기관과 기업 실무자를 데려다 세세히 소개한다. 공매도 전면 전산화가 왜 현실적으로 어려운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있는 한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가 왜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도 설명한다. 기본 시장 원리를 두고도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허락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관계자들의 설명이 끝나면 개인투자자는 잘라 말한다. “못 믿겠다. 100% 전산화하든지, 공매도를 전면 막든지 하라.” 매번 평행선을 달린 간담회가 이번이라고 다르겠느냐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금감원은 개인투자자가 당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작년 말엔 간담회 외에 별도 브리핑도 열었다. 국내 특정 증권사에서 불법 공매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고, LP가 ‘공매도 악의 축’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설득에 성공했을까. 결과는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투자자 일부는 금감원이 해명한 건을 재조사하고 LP의 공매도를 막으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소통을 늘렸다고 해서 인식이 바뀌진 않았다는 얘기다.

관건은 무엇일까. 공매도 조사 확대 등에 목소리를 높이는 개인투자자는 애초에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입장을 언제 어떻게 전달하든 ‘어차피 당국도 이권 카르텔의 일부가 아닌가’란 반응이다.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최근 금감원의 현직 국장이 한 증권사에 검사·감독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제기된 게 대표적 사례다. 민관 유착 논란이 불거질수록 금감원에 대한 불신은 커진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정책까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감독기관은 시장 참여자의 눈치를 보며 허락을 구할 영역과 타협하지 않을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와 제도 개선, 엄정한 단속은 당연히 후자일 것인데도 요즘 금감원은 이를 거꾸로 보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매도 간담회를 열 번을 더 연다고 해도 바뀔 것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