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인질석방 합의시 개관"…비엔날레 예술감독 "용기있는 결정"
비엔날레 행사장 곳곳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작품에도 팔레스타인 언급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작가, 휴전 촉구하며 전시 거부(종합)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휴전을 촉구하며 이스라엘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전시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공식 개막을 앞두고 16일 국가관이 언론에 사전 공개됐지만 이스라엘관은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관 앞에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 것"이라고 영어로 쓰인 안내문이 붙었다.

이스라엘관에서 비디오 설치 작품 '(M)otherland'를 선보일 예정이었던 작가 루스 파티르는 "인질들 가족 및 변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이스라엘 공동체와의 연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작가, 휴전 촉구하며 전시 거부(종합)
이스라엘관의 큐레이터인 미라 라피도트와 타마르 마르갈릿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전쟁 때문에 전시 개막을 연기하고 있지만 전시가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상황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르갈릿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전시 중단 결정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관 비용의 절반가량을 부담한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의 예술감독을 맡은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의 이번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페드로사 예술감독은 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매우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이 특별한 상황에서 작품을 전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관들이 들어선 자르디니 구역에는 시위대들이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비바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만세)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관 인근에는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No To The Genocide Pavilion)는 팸플릿이 뿌려지기도 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작가, 휴전 촉구하며 전시 거부(종합)
본전시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옛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 본전시장에서 멕시코 작가 프리다 토란조 에거는 '무의미한 시대 분노는 기계다'(Rage is a machine in times of senseless age)라는 대형 작품에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수박을 넣었다.

수박은 팔레스타인 국기의 빨강과 검정, 초록과 흰색이 들어 있어 팔레스타인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인다.

작가는 수박에 '팔레스타인 만세'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를 적어 넣기도 했다.

페루 작가 다니넬라 오르티스는 인형극을 보여주는 영상 작업 한구석에 작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보여주며 화면 한구석에 '이스라엘관을 보이콧한다.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문구가 적힌 팔레스타인 국기 이미지를 삽입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작가, 휴전 촉구하며 전시 거부(종합)
베네치아비엔날레는 2년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관이 폐쇄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올해도 국가관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신 러시아 국가관을 볼리비아에 빌려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이 개막하기 전부터 행사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NGA)은 지난 2월부터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였다.

이 청원 운동에는 예술가, 큐레이터, 문화계 인사 등 수만 명이 서명했으나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일축했다.

1895년 시작돼 격년으로 열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 행사다.

그중 나라별 '국가관'은 각국 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전시관이다.

제60회째를 맞는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은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11월 24일까지 열린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작가, 휴전 촉구하며 전시 거부(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