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도항 모습. /옹진군 제공
인천 연평도항 모습. /옹진군 제공
“인천항에 내려 30분 안에 병원 진료와 쇼핑을 마치고 다시 연안여객터미널로 돌아올 수 있나요?”

박태원 전 연평도 어촌계장은 인천~연평도 여객선의 운항시간 편성이 현실과 너무 맞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해5도(백령 대청 소청 대연평 소연평)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는 격려보다 육지와 섬의 일일생활권 구축이 먼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국이 KTX 개통 20주년을 맞아 반나절 생활권 실현에 들뜨고 있지만, 인천 연안의 섬 주민은 일일생활권도 언감생심이다. 여객선으로 섬에서 인천항까지 1~2시간 거리지만 귀가하려면 인천시내에서 1박2일은 보내야 한다.

15일 옹진군에 따르면 연평도에서 오전 10시30분 첫 배를 타고 인천항에 오면 낮 12시30분이다. 섬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가 오후 1시에 있기 때문에 인천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뭍에서 1박2일이 불가피한 이유다.

이작도 주민도 첫 배로 인천항에 낮 12시10분에 도착해 1시간 뒤에 있는 이작도행 마지막 배를 타지 못하면 시내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출발해야 한다. 이처럼 여객선이 인천항에서 이른 오후 섬으로 출발하는 이유는 일몰 전에 섬에 도착해야 한다는 운항 규정 때문이다. 섬 주민보다는 관광객 위주의 시간대 편성이 고착화한 측면도 있다.

덕적도 주민은 약 세 시간 체류할 수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인천~덕적도 소요 시간이 1시간 남짓으로 짧아 여객터미널에서 마지막 배가 오후 2시30분에 있어서다. 주민 대부분은 병원 진료와 섬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 구입을 위해 인천시내로 나오기 때문에 세 시간도 촉박하긴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오전 8시 이전에 섬에서 인천항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인천항에서 출발한 배가 섬에 도착해 주민을 태우고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운항되고 있어 출발 시간이 늦을 수밖에 없다.

옹진군은 일일생활권 구축을 위해 섬을 모항으로 삼아 출항하는 선사 공모를 최근 두 차례 했으나 응모한 곳이 없거나 유찰됐다. 선박 운항 적자가 뻔해 달려드는 선사가 없어서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재정이 열악한 군이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메울 수 없어 국비·시비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