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우파 야당 연합 대통령 후보인 소치틀 갈베스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선거유세 도중 지지자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오는 6월 열리는 멕시코 대선에서 집권당인 국가재건운동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와 1, 2위를 다투고 있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중남미 경제가 뜨겁다. 미국과 중국 간 대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경제 피난처”(JP모간)로 자리잡으며 주요 각국 기업에서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정책으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대만, 독일 등 우방국들이 앞다퉈 멕시코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중남미 33개국은 값싼 노동력과 리튬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수혜도 고스란히 보고 있다. 성장세 가팔라진 중남미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2위 국가 멕시코의 경제성장률도 3%대를 달성했다. 두 국가의 경제가 반등하면서 중남미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멕시코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3.6%였고,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두 국가가 동시에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한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두 국가가 동반 성장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경제가 반등하자 인접국도 수혜를 봤다는 평가다.중남미 지역의 실업률 역시 낮아지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중남미 지역 실업률이 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2014년 이후 최저치다. 연간 실업률도 6.5%로 추정된다. 2020년 10.2%대에서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ILO는 “거시경제가 복잡한 상황에 놓였지만, 중남미 권역에선 광범위한 회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美 IRA 수혜 보는 멕시코멕시코 경제 성장세가 가팔라진 배경엔 미국의 니어쇼어링 정책이 있다. 특히 2022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한 뒤 최대 수혜국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당초 국제기구는 멕시코 경제가 지난해 침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라틴아메리카카리브경제위원회(CEPAL) 등은 멕시코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미·중 갈등으로 국제 무역이 둔화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하지만 미국이 IRA를 발효한 뒤 생산기지를 멕시코로 옮기는 미국 기업이 급증했다.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발효된 뒤 미국과 멕시코 경제는 사실상 단일 경제권으로 여겨진다.미국의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저렴한 인건비를 노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연달아 멕시코에 터를 잡았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해외 상품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15.4%)을 차지한 곳도 멕시코였다. 니어쇼어링 수혜를 멕시코가 독점한 셈이다.최근에는 대만 등 우방국도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수탁업체 폭스콘은 인공지능(AI)용 서버 부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멕시코에 2700만달러를 투자했다. 폭스콘을 비롯해 페가트론, 위스트론, 콴타, 컴팔, 인벤텍 등 대만 기업은 미 텍사스주와 인접한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원자재값 상승 덕 보는 자원부국들풍부한 천연자원도 중남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남미 33개국 중 21개국에서 상품 수출 수입의 절반이 원자재로 이뤄졌다.브라질은 지난해 수출 3396억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브라질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98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37.8% 증가한 수치다. 브라질 수출이 급증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른 데다 탄소중립 정책이 확대되며 리튬, 니오븀, 구리 등의 수요가 커졌다. 브라질은 강철 합금과 고강도 내열 합금의 원재료인 니오븀 시장 점유율이 80.4%에 이른다. 철광석과 희토류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고, 망간 매장량은 세계 3위다.브라질을 비롯해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도 자원 부국으로 불린다. 특히 칠레와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의 리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총 56%를 차지했다. 2차전지의 주요 원료인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린다.원자재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 기금(PIF)은 지난해 30억달러를 들여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의 지분을 매입했고, 중국은 볼리비아와 리튬 광산을 발굴하기 위해 14억달러를 투자했다. 유럽연합(EU)도 중남미 친환경 프로젝트에 450억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경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부한 원자재 매장량과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 삼아 해외 투자를 끌어온다는 평가다. JP모간은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할수록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처를 찾는 기업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멕시코에서 선거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이 잇따라 피살되고 있다.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1일) 과나후아토주 셀라야에서 우리 당 소속 시장 후보가 살해된 것을 확인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거리에서 대면해야 할 이런 상황에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멕시코에서는 오는 6월 대통령선거·국회의원 총선거·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활동을 제약받기를 원하지 않는 갱단원들에 의해 후보들이 피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멕시코 과나후아토 검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라호르나다를 비롯한 현지 일간지 보도를 종합하면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히셀라 하이탄(38) 셀라야 시장 후보는 산미겔옥토판 지역 전통 시장에서 유세를 준비하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특히 하이탄 후보는 소속 정당을 통해 신변 보호 요청했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숨졌고, 거리에서 쓰러지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충격을 안겼다.앞서 2∼3월에도 푸에블라, 할리스코, 게레로, 미초아칸 등 여러 지역 내 시장 예비후보들이 총에 맞아 숨졌다. 소속 정당, 여야를 가리지 않고 피해자가 나오는 상황이다.후보 뿐 아니라 현직 지자체장을 향한 암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0일에도 미초아칸주(州) 추루무코의 기예르모 토레스 시장이 식당에서 총격받고 사망했다.레포르마를 비롯한 현지 일간지는 정치인들의 반복된 비극의 원인으로 '마약 밀매 카르텔'을 꼽았다. 멕시코 마약 조질들은 사업가나 지방 정부 관리 등을 상대로 보호금 명목의 돈을 뜯어내는데, 이를 막으려는 지자체장 등 정치인들에 대한 암살 시도가 수차례 있어 왔기 때문. 멕시코 싱크탱크 '선거연구소'는 홈페이지에 2023년 6월 16일부터 전날까지 선거 폭력 사건으로 현직 시장과 후보 등 52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서부텍사스원유(WTI)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하는 등 중동 지역의 불안이 고조된 데다 멕시코가 향후 몇 달간 원유 수출을 일부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영향이다.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이 계속되는 등 유가 전망은 악화일로다.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WTI 선물은 전 거래일(3월 28일)보다 0.54달러(0.65%) 상승한 배럴당 83.71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10월 27일 기록한 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 대비 0.83달러(0.95%) 오른 배럴당 87.83달러에 장을 마쳤다. JP모간이 지난주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한 가운데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이날 유가 급등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하면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선 원유 수출을 당분간 중단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석유 국영회사 페멕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정유사에 멕시코산 중질 원유인 ‘마야 원유’ 공급 계약을 취소했다. 페멕스의 수출 제한은 멕시코 내 휘발유와 경유 공급을 늘리겠다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계획과 맞닿아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값비싼 연료를 수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한편 러시아에선 전선에서 1300㎞나 떨어진 곳에 있는 정유시설이 이날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습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정유 시설로 하루 34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생산이 14% 정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