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투표소의 장애인 편의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중 장애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노원구 투표소 118곳 중에서 지체장애인 편의시설 3종(엘리베이터 혹은 경사로, 도움벨, 장애인용 화장실)이 모두 갖춰진 곳은 총 13곳으로, 전체의 11%에 그쳤다. ○험난한 투표소 가는 길… “내릴 곳이 없어요”지체장애인이 투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투표장이 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대부분의 투표소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 주민센터나 학교 건물을 사용하지만, 공간대여가 어려운 경우 불가피하게 민간 건물을 활용하기 때문이다.월계1동 제4투표소는 인덕창업팩토리 건물 1층에 마련됐는데 주차장이 없어 도로변에 승하차를 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A씨는 “걸어올 수 있는 거리라 다행이다”며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올라 갈 수도 없네요” 울상승강기나 경사로가 없는 곳이 많았다. 1층에 기표소가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한두 개의 계단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상계5동 제6투표소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가피하게 대형 기표대를 건물 외부에 별도 설치했다. 투표사무원 B씨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계단을 오르기 어려워 외부 기표대를 활용한다”며 “이럴 때마다 참관인 2명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반면 월계2동 제1투표소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갖춰진 덕에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유권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 지체장애인 C씨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면 투표 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고 말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2017년부터 장애인 투표편의제도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을 위해 임시경사로와 대형 기표대 설치를 늘리고 있으며 1층 투표소를 보다 늘리는 중이다. 2017년 전체 투표소의 88.5%가 1층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이호준 인턴기자
이번 22대 총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정책 자료를 무성의하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은 군소정당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를 등록한 정당도 있었다. 1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를 낸 38개 정당 중 6개 정당(금융개혁당, 기후민생당, 내일로미래로, 신한반도당, 한나라당,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은 선관위에 정당정책과 후보자공약을 모두 제출하지 않았다. 3개 정당은 선관위 홈페이지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었다. 히시태그국민정책당 관계자는 정책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정책을 낼 때 준비를 못했다”라고 답했다. 뒤늦게 10개 정책을 만들었지만 4개는 정당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개했고, 6개는 문자메세지로 당원에게만 발송했다. 지난 2일 열린 군소정당 토론회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나이가 많아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 공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정당정책이나 후보자공약을 제출하지 않아 받는 불이익은 없다. 금융개혁당 관계자는 “인쇄물을 제작하지 않은 정당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책 자료가 게시되지 않는다”라며 “선거보조금을 못 받아 돈이 부족해 인쇄물을 못 찍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인쇄물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PDF 파일로 제출해도 홈페이지에 게시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4개 정당은 인쇄된 선거공보물 없이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책을 올렸다. 8개 정당만 전국에 인쇄된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발송했다. 3개 정당(미래당, 신한반도당, 한나라당)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를 올려놓기도 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하단에 적힌 다른 2개 번호도 사용할 수 없는 번호였다. 신한반도당, 한나라당은 정당정책과 후보자공약을 모두 제출하지 않은 정당이기도 하다.정책 자료를 무성의하게 제출한 정당도 있었다. 가가국민참여신당은 10개 정당정책의 ‘이행방법’과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전부 ‘대한민국 국회로부터’, ‘2024년 3월 14일’, ‘정부’라고 작성해 제출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38개로 투표지 길이는 51.7cm에 달한다. 역대 최장 길이다. 정당 사이 여백도 지역구 투표용지보다 작다. 이에 따라 국민 불편은 한층 심해졌다. 10일 투표소에서 나오던 임성훈 씨(57)는 “정당 수가 너무 많아 잘못 찍을까 봐 걱정된다”라며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서 접기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긴 투표용지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인해 수(手)검표 절차가 도입되면서 개표 시간도 2시간 정도 지연된다. 34개 정당, 길이 46.9cm의 투표지까지만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씩 밀려 지역구는 11일 새벽 2시 전후, 비례대표는 늦은 새벽이나 아침 정도에 개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임다연 인턴기자
제22대 총선일인 10일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각자의 방법으로 투표를 인증하며 다른 시민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투표를 마친 시민들의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10일 오후 4시 기준, 인스타그램에 ‘#투표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2만 건이 넘는다.MZ세대에게 투표 인증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사용률 1위 SNS인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만 59만 개 이상 검색된다.유권자가 기표도장을 손등에 찍어 투표 참여를 인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동 투표소를 방문한 배윤아(27) 씨는 “솔직히 평소에 정치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선거에는 참여하려고 한다”고 했다. 배 씨는 “투표를 통해 내가 이 나라 국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민주주의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자신이 뿌듯해서 인증샷을 찍는다”고 말했다.투표 인증이 SNS를 통해 퍼지며 인증 문화 또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야구 구단 우승 인증 용지, 캐릭터 인증 용지, 연예인 투표 인증 용지 등 다양한 투표 인증 용지가 SNS에 올라왔다. 이번 선거가 생애 첫 선거라고 한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3학년 최가영씨(19)는 “지난 사전 투표 때 주변 친구들이 인증 게시글을 많이 올렸다”며 “누굴 찍어야 할지 몰라 본 투표 때 투표를 안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올린 캐릭터 투표 인증 사진을 나도 올리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캐릭터를 직접 그려 인증용지를 꾸몄다. 김 씨는 “자음 ‘이응(ㅇ)’이 들어갈 자리에 나머지 자·모음을 적고, 기표도장으로 이응을 표시하도록 만들었다”며 “어렸을 때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담임선생님께 ‘잘했어요’ 도장을 받는데, 할 일을 완수하고 난 뒤 보상을 스스로에게 제공하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지난주부터 투표 인증 용지를 배포한 ‘망그러진곰’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이날 오전 9시경 투표 인증을 한 팬들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부지런 부앙이(팬 애칭)야’나 ‘엄청 대단해’ 등과 같은 말로 투표를 독려했다.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박유민씨(29)는 “원래 투표 잘 안 하는데 이번엔 인증 용지가 너무 귀여워서 더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가 아닌 아이돌, 스포츠팀 팬덤으로 뭉치다 보니 자칫 정치법 위반에 걸릴 부작용도 적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전모씨(23)는 “이전에는 투표 인증샷을 찍어도 손가락이나 옷 색깔 등등 제한이 많았다”며 “반면에 캐릭터 용지는 특정 정당이 아닌 참정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투표 인증 문화가 정치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 딱딱하게 느껴지는 투표 과정을 유쾌하게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선 응원하는 구단의 승리를 기원하는 투표인증 용지가 인기다. 강남구에 위치한 휘문고등학교를 방문해 선거를 마친 이상협(26) 씨는 본인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구단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기원하는 인증용지를 내밀었다. 이 씨는 “이왕이면 다른 시민들의 투표 참여 독려가 가능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가입한 삼성라이온즈 팬 단체 채팅방에 해당 시안을 공유해 투표 인증도 서로 공유할 예정이다”고 했다. 유권자가 투표인증을 하는 데 다양한 이유가 있다. 관악구의회에서 표 행사를 마친 이정훈(30) 씨는 “SNS에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씨는 “부모님에게 선거 참여는 시민의 필수 덕목으로 배웠다”며 “시민이 선거라는 기본적인 권리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정치인을 욕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덧붙였다.다른 시민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표인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방송인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며 “누군가 선거일을 잊어도 SNS에 올라온 투표인증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투표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기대했다.한계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정은경씨(29)는 “인증 문화가 팬 활동에서 파생된 성격이 크기 때문에 그쪽으로 큰 흥미가 없는 친구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며 “이 문화가 과대대표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인증 용지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로 이것 때문에 새로 투표 할 집단은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MZ세대가 투표를 넘어 정치에 관심을 키우려면 젊은 국회의원이 나오고 청년이 관심 가질 정책을 개발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호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투표율의 높고 낮음을 떠나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여기고 참여하고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정치권이 평소에 청년들이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정치를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지연/라현진/박동현/노수빈/허유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