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발걸음 '뚝'…미분양 쌓이는 제주도
준공 후에도 '주인 못 찾은 집'
1년 사이 61% 넘게 늘어나
분양가격 경기도보다 높은 데다
고금리 이어지며 투자심리 악화
최근 분양한 곳 모두가 '미달'
제주 미분양 50%가 ‘악성’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제주도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227가구로 집계됐다. 1월(1089가구)에 비해 138가구 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2월(762가구)과 비교하면 1년 새 61% 증가했다. 지난 2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1867가구다. 제주 지역 인구(67만3600명)는 국내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의 10.3%나 됐다.전반적인 지방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는 악성 물량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다. 올 2월 기준 제주도 전체 미분양 주택(2485가구)의 49.4%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었다. 부산(37.0%) 전남(35.0%) 대구(10.9%) 등에 비해 이른바 ‘악성 비율’이 높다. 서울도 전체 미분양 1018가구 중 503가구(49.4%)가 준공 후 물량이다. 하지만 서울은 입주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이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50.3%)에 집중돼 있다. 제주는 전체 준공 후 미분양 중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60~85㎡ 비중이 78.6%에 달한다.
제주의 빈집 문제는 악화할 공산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제주도에서 9개 단지가 신규 분양했는데, 모두 성적이 저조했다. 2월 제주 건입동에서 공급된 ‘제주 중부공원 제일풍경채 센트럴파크’만 총 653가구 모집에 77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 대 1을 넘었다. 나머지 8개 단지는 청약자가 전체 공급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주 애월읍과 조천읍,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등 읍·면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주영어교육도시가 있거나(대정읍)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어 외지인의 매수세가 특히 높았던 곳이다.
2020년 12월 준공된 한경면의 한 아파트는 전체 분양물량 99가구 중 48가구(작년 12월 기준)가 비어 있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애월읍의 한 단지도 41가구 중 2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기도보다 비싼 분양가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관광객이 줄자 제주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고금리 시대가 펼쳐지며 ‘세컨드하우스’ 수요 및 투자심리도 꺾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외지인의 제주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1107건에서 2022년 543건, 작년 361건으로 감소하고 있다.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월 기준 제주도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481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3787만4000원) 다음으로 높았다. 경기도(2092만9000원)보다 비싸고, 수도권 평균(2564만3000원)과 비슷했다. 섬 지역인 만큼 자재 운반 등 물류비용이 비싼 영향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제주도에서 공급된 한 단지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7억9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수도권 핵심 지역인 성남 분당구의 ‘분당 금호어울림 그린파크’(7억7800만원)보다 높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안정과 금리 인하 등 금융 여건이 받쳐줘야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며 “제주는 아직까지 가격 자체가 높다 보니 쉽사리 수요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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