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신고인의 분리조치 요구… 회사는 무조건 받아줘야 할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신고인(팀원)은 팀장이 과한 질책을 했다는 이유로 괴롭힘 신고를 하면서 해당 팀장을 부서 이동시키라고 요구하는데, 가벼운 징계를 한 후 부서 이동을 하려고 하니 팀장은 너무 심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사실 그 팀장에게 걸맞는 다른 포지션이 없습니다. 부서이동을 강행하면 너무 비효율이 큽니다. 꼭 분리조치를 해야 할까요?"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어 경징계 및 공간 분리조치를 하여 1년이 넘었고, 그 후 신고인(팀원)은 정상적으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 팀장은 분리조치 해제를 요구하는데, 막상 팀원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분리조치를 해제할 수 있나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자문하거나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분리조치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단계에서 신고인으로부터 분리조치가 상시적으로 요구되고, 또 괴롭힘이 인정된 후 조치 단계에서도 분리조치가 실제로 빈번하게 이뤄지는 기업 현실을 보여준다. 기업이 이 난제를 해결할 때 적용할 기준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간접적으로 참고가 될만한 하급심 판결을 소개한다(2022구합70339).
물류업체에서 상·하차 업무를 담당하는 상사 S와 팀원 J간 갈등이 생겼다. 노조 활동에 열심인 J가 본연의 업무에는 태만해 못마땅하게 여기던 S가 J에게 “노조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시발이었다.
이에 반발하여 J는 “관리자 선에서 과도한 (기업에 대한) 충성심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글을 사내 사이버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을 본 S는 J에게 “관리자 전체를 욕하는 표현을 쓰지 말고 본인 S와 관련된 게시글을 쓰려면 직접 이름을 쓰라”고 요구했다.
이런 갈등이 이어지던 중, 급기야 J는 S의 발언들이 “조롱과 협박”이라며 기업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고를 받은 기업은 조사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S를 서면경고 조치하고, 곧 이어 분리조치를 내렸다. 그 분리조치의 내용은 △상·하차 작업공간을 A 구역과 B구역으로 나눈 후, J의 근무배치에 따라 S의 작업공간을 조정하여 둘을 장소적으로 분리하는 것 △S의 근무시간을 오후조 근무에서 주야간 분리근무로 S의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S는 기업의 조치에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본인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므로 서면경고는 무효이며 △분리조치 역시 근로조건을 제약 받아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기업과 법적 분쟁에 들어갔다. 대상 판결은 이 두 쟁점을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먼저 문제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S의 손을 들어 주었다. △첫번째 발언은 J에게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라고 한 일회성 발언에 불과한 점 △게시글 시정을 요구하는 두번째 발언은 업무수행과 무관하므로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며, 게시글 당사자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라는 점이 그 주된 이유다. 그리고 △문제 발언이 J에게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을 넘는 정신적 고통을 겪도록 할만한 수준에 이를 정도의 발언은 아니다”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필요한 '정신적 고통'은 단순한 불쾌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S에 대한 분리조치 역시 부당하다고 했다. 논리를 따라가보면, 우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기업은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는 있지만(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5항), 그로 인하여 기업의 모든 분리조치가 정당한 것은 아니며, 기업이 행한 실제 분리조치가 정당한지는 “동기, 목적, 그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의 존부,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성 등을 검토하여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 후, 문제의 분리조치는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유가 없는데도 이루어져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이 없고, 나아가 △S의 근무시간에 중대한 변경을 발생시키고 연간 수백만 원의 수당 손해를 야기하여 '근무장소, 근무시간, 급여 등 근로조건의 현격한 변화'라는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여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대상판결은 분리조치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관해서도 여러 의미있는 설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상판결에서 필자가 떠올린 단어는 정당한 분리조치에 요구되는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기업 사이의 '균형(均衡)'이다.
즉,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는 복잡한 문제이고, 기업은 즉각 주어지는 쉬운 대답을 찾을 수는 없다.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기업과 피해자 측면)과 분리조치 대상자의 생활상 불이익(가해자 측면), 달리 말하여 관련 당사자인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기업이 가진 정당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강도를 파악하고, 그 이해관계를 두루 충분히 반영하는 균형 잡힌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가해자로 지목된 S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혹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J의 요구나 의사에 부합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정만을 들어, 분리조치가 정당하거나 부당하다고 곧바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록 명시적으로 그 논리를 펼치지는 않지만, 기업의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과 생활상 불이익의 균형이라는 인사 조치의 정당성 판단의 일반 기준을 분리조치의 정당성 판단 기준으로 삼고 관련된 사정을 두루 살피는 관점을 따르고 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설령 S에게 '조롱과 협박'을 이유로 경징계를 할만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었더라도, 분리조치로 S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근로시간 변경, 수당 손해)이 과도하면 분리조치는 균형을 잃어서 부당하다고 인정될 것이다. 물론 그 경우 분리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정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경우와 비교하여 S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는 더 커야 한다. 그것이 균형 잡힌 판단일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 읽기는 신고인 요구가 있다고 해서 기업이 언제나, 또 그 요구대로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것은 균형을 잃은 태도이기 때문이다.
판결문만 볼 때는 J가 문제의 분리조치를 기업에 요구하였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신고인은 신고 후 조사가 시작된 때부터 분리조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직접 요구는 없어도 분리조치 실행 과정에서 기업은 신고인 의견을 사전에 듣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기본은 그 신고인 요구나 의견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되고, 그 요구와 의견에 따라 실행하는 것을 우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분리조치는 2차 피해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업이 신고인 요구와 의견대로 즉시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이해관계와 제반 사정을 성찰하면서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인 요구와 의견은 그 판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행정해석 중에는 분리조치 해제에 관하여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부서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동의를 한 경우에는 당사자 간에 같은 조직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 한 것이 있지만(근로기준정책과-2637, 2021.8.31.), 이 회시는 피해자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분리조치 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기업은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할 때는 △신고인 요구의 계기가 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신고인 요구의 근거가 합리적인지 △분리조치로 인해 기업이 감당할 업무 수행상 곤란 정도가 어떠한지 △가해자가 징계 외에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는 어떠한지 △공간 분리나 보직 변경 외의 다른 현실적이고 대안적인 수단(보고라인 변경,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제한, 지속적 감독과 시정)이 있는지의 요소도 같이 고려해,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과 가해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균형적 조치를 찾아야 한다.
이제 이 글 처음에 소개한 자주 받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관한 질문은 쉽고 답은 어렵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실행은 더 어렵다.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 모두 기업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 신고인(피해자)의 요구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하는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요구에 따라 그대로 분리조치 실행이나 해제를 하기 전에, 기업은 피신고인과 기업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균형적 조치를 찾는 숙고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최선의 균형적 조치를 찾은 후에, 다시 팀원과 상의한다. 필요하다면 대안을 다시 제안하고, 또 설득한다. 그 이후 최종적으로는 책임성을 가지고 균형있게 결정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팀장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어 경징계 및 공간 분리조치를 하여 1년이 넘었고, 그 후 신고인(팀원)은 정상적으로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 팀장은 분리조치 해제를 요구하는데, 막상 팀원이 동의하지 않습니다. 분리조치를 해제할 수 있나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자문하거나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분리조치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단계에서 신고인으로부터 분리조치가 상시적으로 요구되고, 또 괴롭힘이 인정된 후 조치 단계에서도 분리조치가 실제로 빈번하게 이뤄지는 기업 현실을 보여준다. 기업이 이 난제를 해결할 때 적용할 기준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간접적으로 참고가 될만한 하급심 판결을 소개한다(2022구합70339).
물류업체에서 상·하차 업무를 담당하는 상사 S와 팀원 J간 갈등이 생겼다. 노조 활동에 열심인 J가 본연의 업무에는 태만해 못마땅하게 여기던 S가 J에게 “노조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시발이었다.
이에 반발하여 J는 “관리자 선에서 과도한 (기업에 대한) 충성심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글을 사내 사이버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을 본 S는 J에게 “관리자 전체를 욕하는 표현을 쓰지 말고 본인 S와 관련된 게시글을 쓰려면 직접 이름을 쓰라”고 요구했다.
이런 갈등이 이어지던 중, 급기야 J는 S의 발언들이 “조롱과 협박”이라며 기업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고를 받은 기업은 조사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S를 서면경고 조치하고, 곧 이어 분리조치를 내렸다. 그 분리조치의 내용은 △상·하차 작업공간을 A 구역과 B구역으로 나눈 후, J의 근무배치에 따라 S의 작업공간을 조정하여 둘을 장소적으로 분리하는 것 △S의 근무시간을 오후조 근무에서 주야간 분리근무로 S의 근무시간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S는 기업의 조치에 반발했다. 구체적으로 △본인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므로 서면경고는 무효이며 △분리조치 역시 근로조건을 제약 받아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기업과 법적 분쟁에 들어갔다. 대상 판결은 이 두 쟁점을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먼저 문제 발언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S의 손을 들어 주었다. △첫번째 발언은 J에게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라고 한 일회성 발언에 불과한 점 △게시글 시정을 요구하는 두번째 발언은 업무수행과 무관하므로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것이 아니며, 게시글 당사자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라는 점이 그 주된 이유다. 그리고 △문제 발언이 J에게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을 넘는 정신적 고통을 겪도록 할만한 수준에 이를 정도의 발언은 아니다”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필요한 '정신적 고통'은 단순한 불쾌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다음 S에 대한 분리조치 역시 부당하다고 했다. 논리를 따라가보면, 우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기업은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는 있지만(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5항), 그로 인하여 기업의 모든 분리조치가 정당한 것은 아니며, 기업이 행한 실제 분리조치가 정당한지는 “동기, 목적, 그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의 존부,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성 등을 검토하여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 후, 문제의 분리조치는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유가 없는데도 이루어져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이 없고, 나아가 △S의 근무시간에 중대한 변경을 발생시키고 연간 수백만 원의 수당 손해를 야기하여 '근무장소, 근무시간, 급여 등 근로조건의 현격한 변화'라는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하여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대상판결은 분리조치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관해서도 여러 의미있는 설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상판결에서 필자가 떠올린 단어는 정당한 분리조치에 요구되는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기업 사이의 '균형(均衡)'이다.
즉,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는 복잡한 문제이고, 기업은 즉각 주어지는 쉬운 대답을 찾을 수는 없다.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기업과 피해자 측면)과 분리조치 대상자의 생활상 불이익(가해자 측면), 달리 말하여 관련 당사자인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기업이 가진 정당한 이해관계의 내용과 강도를 파악하고, 그 이해관계를 두루 충분히 반영하는 균형 잡힌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가해자로 지목된 S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혹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J의 요구나 의사에 부합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사정만을 들어, 분리조치가 정당하거나 부당하다고 곧바로 결론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록 명시적으로 그 논리를 펼치지는 않지만, 기업의 업무상 필요성 및 정당성과 생활상 불이익의 균형이라는 인사 조치의 정당성 판단의 일반 기준을 분리조치의 정당성 판단 기준으로 삼고 관련된 사정을 두루 살피는 관점을 따르고 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대상판결 사안에서 설령 S에게 '조롱과 협박'을 이유로 경징계를 할만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었더라도, 분리조치로 S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근로시간 변경, 수당 손해)이 과도하면 분리조치는 균형을 잃어서 부당하다고 인정될 것이다. 물론 그 경우 분리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정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경우와 비교하여 S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는 더 커야 한다. 그것이 균형 잡힌 판단일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 읽기는 신고인 요구가 있다고 해서 기업이 언제나, 또 그 요구대로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요구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것은 균형을 잃은 태도이기 때문이다.
판결문만 볼 때는 J가 문제의 분리조치를 기업에 요구하였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신고인은 신고 후 조사가 시작된 때부터 분리조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직접 요구는 없어도 분리조치 실행 과정에서 기업은 신고인 의견을 사전에 듣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기본은 그 신고인 요구나 의견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되고, 그 요구와 의견에 따라 실행하는 것을 우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분리조치는 2차 피해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업이 신고인 요구와 의견대로 즉시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이해관계와 제반 사정을 성찰하면서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인 요구와 의견은 그 판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절대적 요소는 아니다. 행정해석 중에는 분리조치 해제에 관하여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부서 등에서 근무할 수 있다고 명확하게 동의를 한 경우에는 당사자 간에 같은 조직에서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 한 것이 있지만(근로기준정책과-2637, 2021.8.31.), 이 회시는 피해자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분리조치 해제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기업은 분리조치를 실행하거나 해제할 때는 △신고인 요구의 계기가 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 △신고인 요구의 근거가 합리적인지 △분리조치로 인해 기업이 감당할 업무 수행상 곤란 정도가 어떠한지 △가해자가 징계 외에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는 어떠한지 △공간 분리나 보직 변경 외의 다른 현실적이고 대안적인 수단(보고라인 변경,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제한, 지속적 감독과 시정)이 있는지의 요소도 같이 고려해,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과 가해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균형적 조치를 찾아야 한다.
이제 이 글 처음에 소개한 자주 받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관한 질문은 쉽고 답은 어렵다. 그리고 균형 잡힌 실행은 더 어렵다.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 모두 기업의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 신고인(피해자)의 요구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하는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요구에 따라 그대로 분리조치 실행이나 해제를 하기 전에, 기업은 피신고인과 기업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균형적 조치를 찾는 숙고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최선의 균형적 조치를 찾은 후에, 다시 팀원과 상의한다. 필요하다면 대안을 다시 제안하고, 또 설득한다. 그 이후 최종적으로는 책임성을 가지고 균형있게 결정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