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ETRI 스쿨에 재학 중인 민유림 연구원이 로봇손가락 ‘그리퍼’를 살펴보고 있다. /UST 제공
UST-ETRI 스쿨에 재학 중인 민유림 연구원이 로봇손가락 ‘그리퍼’를 살펴보고 있다. /U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360도 전방위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로봇 손가락 ‘그리퍼’를 개발했다. 그리퍼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 로봇 기술 발전의 이정표로 통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공기압을 기반으로 정밀하게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촉각센서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로봇 손가락 센서는 물체를 잡는 방향에 따라 신호가 왜곡되지 않게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ETRI 연구진은 전방위 압력감지가 가능한 에어챔버형 유연 촉각센서 기술과 고분해능 신호처리 기술, 물체의 강성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을 결합한 그리퍼를 개발했다.

이번 그리퍼는 김혜진 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했다. 이 연구팀은 작년 10월엔 토마토의 숙성도를 파악할 수 있는 그리퍼를 선보였다. 다양한 크기와 촉감의 토마토 11종을 99%에 가까운 정확도로 구분했다. 이 기술은 AI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인텔리전트 시스템’에 실렸다.

이 논문의 제1저자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ETRI 스쿨 ICT차세대소자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민유림 연구원이다. 민 연구원은 에어 갭을 미세 조절해 압력과 굽힘 센서의 감지 범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아가 센서 신호로 물체를 판별하고 그리퍼의 파지력을 조절하는 피드백 시스템까지 고안했다.

민 연구원은 “대학에선 또래들이 대부분이라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연구소엔 여러 분야 박사급 전문가들이 많아 어깨 너머로 배울 기회가 많고 접할 수 있는 장비가 훨씬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센서 기능을 추가해 물류와 운송,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그리퍼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민 연구원의 지도교수는 김 책임연구원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학생들이 하루 일과 내내 원하는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UST-ETRI 스쿨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교수님이)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독려해 줘서 연구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계속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F-15K 전투기를 조종하는 현역 파일럿인 이기문 공군 소령은 UST-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스쿨 항공우주시스템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 소령은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텍사스 A&M 대학에서 원자력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UST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2016년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우주작전 담당 업무를 할 때 느낀 아쉬움이 바탕이 됐다. 그는 “1년에 두 차례 전시 상황을 가정한 한미연합연습(을지프리덤가디언, 키리졸브)을 하는데 미국 공군 장교들은 작전상황에 맞게 GPS 위성 궤도를 직접 조정하고 필요시 공군 기지에서 위성을 발사하는 등 한국 공군은 상상할 수 없는 우주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한국의 우주 개발에 이바지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UST-KARI 박사과정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소령은 “일반 대학원도 여러 프로젝트를 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큰 규모의 사업을 직접 마주하는 UST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며 “책에 나오지 않는 실제 현장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