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HBM만 있냐…이젠 전통 반도체 차례 "전공정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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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정 관련주, 반등 조짐

티씨케이 한달새 26%

전통 반도체 업황 회복세 덕
AI 수혜로 후공정 관심 더 컸지만
전공정도 주목할 필요…"실적 본격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초 반도체 랠리 속 다소 소외됐던 전공정 관련주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침체됐던 전통 반도체 업황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시장 회복세가 이제 시작이란 점에서 전공정에 대한 투자 모멘템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최근 한 달간(3월 8일~4월 8일) 전공정 관련주인 티씨케이는 25.95% 뛰었다. 하나머티리얼즈(16.87%), 동진세미켐(15.03%), 티이엠씨(14.04%) 등 다른 전공정 관련주도 10% 넘게 올랐다. 전공정 중에서도 소재·부품주 위주로 상승세가 짙었다.

전공정 관련주는 최근 들어 강한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낸드, 디램 등 전통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소모품인 전공정 소재·부품 수요 또한 덩달아 늘 것으로 전망됐다.

그간 전공정은 같은 반도체 섹터 내에서도 후공정 대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더뎠다. 후공정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HBM과 같이 고성능·고집적 반도체일수록 미세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전공정 미세화를 통해 성능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때문에 후공정에서의 기술 차별화가 더 중요해졌다. 최근 후공정 주도로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인 배경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주요 업체의 올 2분기 디램 가동률은 정점이었던 2022년 3분기 대비 85~90%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낸드는 올 하반기 전방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의 점진적 정상화가 전망됐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전통적인 서버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고, 소비자 제품 중심의 디램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모바일 고용량화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중심의 회복으로 낸드 수요는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 투자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올 3분기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4공장 내 HBM용 생산라인에 디램용 전공정 장비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엔 전공정 장비 셋업, 같은해 하반기엔 생산량 증대를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공장 내 낸드 라인을 이설해 국내 디램 투자 공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말부터는 용인 클러스터에 신규 장비를 입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전공정 소재·부품 업체의 실적 반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요 고객사 가동률 증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황 사이클 회복이 기대되고,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방향성을 살펴보면 전공정 부품 업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간"이라며 "2024년은 실적 성장의 원년으로 주가 리레이팅을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작년 이후로 신규 투자가 극도로 축소된 측면이 있지만 현재의 낮은 가동률을 올리면 올해 연간 수요 비트그로스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며 "전공정 소재 업체를 더욱 주목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섹터 내에서 전통 반도체 관련주가 실적 본격화와 더불어 최근 올라오는 추세"라고 짚었다.

신현아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