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서버가 모인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컴퓨터 서버가 모인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정비사업에 열을 올리던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조합과 마찰을 빚는 정비사업과 달리 마진 확보가 용이하고 추후 운영을 통한 추가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원에서 2027년 8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010년 21개 △2016년 26개 △2020년 32개 △2023년 40개로 늘었고 2027년에는 74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한곳에 모아 관리·운영하는 시설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관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건설사들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면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서다.
대림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조성하는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림
대림이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조성하는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대림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고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실시간으로 냉각해 실내 온도를 16~24도로 유지해야 한다. 보안시설과 통신설비, 내진설계 등은 물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부 습도를 일정하게 관리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건설사 차기 먹거리 낙점

건설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주를 두고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인천 서구 가좌동에 들어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DL이앤씨가 맞붙었다. 올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7곳은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없고,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수주전이 사실상 사라진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AWS 데이터센터 공사비는 5000억원이다. 데이터센터 공사를 따내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AWS는 2027년까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58억8000만달러(약 8조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건설사엔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인 셈이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GS건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전경. 사진=GS건설
건설사들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시공을 넘어 개발과 운영까지 발을 뻗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통해 경기 안양시에 데이터센터 '에포크 안양'을 준공하며 개발과 운영 분야에 진출했다.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건설사는 GS건설이 최초다.

2022년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업을 추가한 HDC현대산업개발도 회사가 보유한 통영천연가스발전소 부지 내 데이터센터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HDC그룹의 데이터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데이터센터 건설 이후 운영도 맡는다는 구상이다.

수익성 확보 용이한 데이터센터…"중요도 점차 높아질 것"

DL이앤씨를 핵심 계열사로 둔 DL그룹 지주사 대림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대림이 사업 기획부터 부지 선정 및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등 개발 사업을 모두 담당하고 시공은 DL이앤씨가 맡았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디지털 엣지’와 ‘부평 데이터센터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액침 냉각 시스템에 서버를 담그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액침 냉각 시스템에 서버를 담그는 모습. 사진=삼성물산
차별화를 위한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건설은 데이터센터에 내진설계를 적용하고 진동 전달을 막는 면진설계를 적용해 강도 8.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차세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 냉각 방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는 공사비 등을 두고 조합과 마찰을 빚는 등 수익성 확보가 어렵지만,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가 크기에 수익성 확보가 한층 용이하다"며 "당분간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신사업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