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열린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가 31일 막을 내렸다. 이 전시는 16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전시를 통틀어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폐막 하루 전날 관람객들이 전시장 앞 로비에서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파리의 1930년대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다니….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를 딸과 함께 찾은 A씨는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비가 내리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술의전당에는 전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관람객이 가득 찼다.‘전시 오픈런’을 부르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들라크루아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개막 57일 만에(휴관일 제외) 10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전시 폐막을 40여 일 앞둔 시점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들은 “명화전이 아닌데도 이 정도로 흥행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가수 스텔라장과 컬래버 효과지난해 12월,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화제가 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 당시 일각에서는 ‘연말 반짝 흥행’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들라크루아전의 인기는 두 달이 지난 올해 2월까지 이어지며 관람객을 전시장으로 꾸준히 불러 모으고 있다.흥행의 배경엔 ‘시의적절한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가수 스텔라장과의 프로젝트다. 스텔라장은 2021년 발매한 앨범 수록곡인 ‘L’Amour, Les Baguettes, Paris(사랑, 바게트, 파리)’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설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스텔라장은 직접 예술의전당을 찾아 들라크루아 작품 앞에서 자신의 대표곡 세 곡을 선보였다.파리의 가장 따뜻한 순간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작품과 프랑스의 낭만이 담긴 스텔라장의 곡이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실제 스텔라장이 현장에서 선보인 무대가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호불호가 없는 낭만적인 그림들‘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을 해설하는 최예림 도슨트는 전시의 인기 비결로 ‘호불호가 없는 낭만’을 꼽았다. 그림을 잘 몰라도, 미술에 깊은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것이다. 그림의 소재부터 그렇다. 함께하는 삶, 연인 간의 사랑, 가족의 단란함 등을 화폭 안에 담았다. 최 도슨트는 “전시 전체가 마치 올해 아흔이 된 ‘할아버지의 인생 수업’ 같은 느낌을 준다”며 “따뜻한 감성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라는 점, 그것이 들라크루아전이 가진 특별함”이라고 말했다.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을 상대로 열린 수필 공모전에서도 들라크루아의 작품이 보유한 ‘낭만의 힘’이 드러났다.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강수현 씨의 글에는 ‘미셸, 그는…마치 요술쟁이 같아요. 그는 정말 꿈속을 날아다녀 다시 한번 이 장면들을 보고 온 것이 아닐까요?’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가 그리는 어렵지 않은 낭만의 순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사랑받게 만든 힘이 됐다는 평가다.들라크루아 열풍은 굿즈 섹션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와 포스터, 마그넷,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해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집에서도 즐기려는 관람객이 연일 줄을 선다. 엽서는 지금껏 6만 장이 팔려나갔다. 관람객 절반 이상이 구입한 셈이다.최 도슨트는 “겨울 그림만 전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절이 바뀐 만큼 40여 일 남은 폐막까지 재방문하는 관람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복을 그리는 작가가 펼쳐놓은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는 오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프랑스 파리와 살아보지 못한 1930년대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다니 …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를 딸과 함께 찾은 A씨는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오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술의전당에는 전시가 열리자마자 관람객이 가득 찼다. ‘전시 오픈런’을 부르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들라크루아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개막 57일 만에(휴관일 제외)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시 폐막을 40여일 앞둔 시점에도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들 또한 “명화전이 아닌데도 이 정도로 흥행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행복을 그리는 작가’ 들라크루아전의 흥행 비결을 분석했다. 연말연시 특수라고? ... 콜라보로 또 한번 흥행지난해 12월,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화제가 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 당시 일각에서는 ‘연말 반짝 흥행이다’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흥행도 자연스레 끝날 것이란 얘기였다. 하지만 들라크루아전의 인기는 당시로부터 두 달이 지난 2024년 2월까지도 식지 않으며 관람객을 전시장으로 불러모았다.꾸준한 인기에는 '시기적절한 콜라보레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수 스텔라장과의 프로젝트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스텔라장은 직접 예술의전당을 찾아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 앞에서 자신의 대표곡 세 곡을 선보였다.파리의 가장 따뜻한 순간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작품과 프랑스의 낭만이 담긴 스텔라장의 곡이 만났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실제 스텔라장이 현장에서 선보인 무대가 유튜브 등을 통해 게시되자 전시장을 찾는 관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현장에서도 “유튜브에서 스텔라장의 무대 영상을 보고 찾아왔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관람객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호불호 없는 낭만'이 선사한 감동'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을 맡은 최예림 도슨트는 전시의 인기 비결로 '호불호가 없는 낭만'을 꼽았다. 그림을 잘 몰라도,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다. 들라크루아는 해석이 필요한 어려운 작품을 내놓는 작가가 아닌 것으로 유명하다.그림의 소재도 특별하지 않다. 함께하는 삶, 연인 간의 사랑, 가족의 단란함 등을 화폭 안에 담았다. 최 도슨트는 "전시 전체가 마치 올해 아흔이 된 '할아버지의 인생 수업' 같은 느낌을 준다"며 "따뜻한 감성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라는 점, 그것이 들라크루아전이 가진 특별함이다"라고 말했다.전시를 관람한 관객들을 상대로 열린 수필 공모전에서도 들라크루아가 가진 '낭만의 힘'이 드러난다.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강수현 씨의 글에서는 "미셸, 그는 … 마치 요술쟁이 같아요. 그는 정말 꿈속을 날아다녀 다시 한번 이 장면들을 보고 온 것이 아닐까요?"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가 그리는 어렵지 않은 낭만의 순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사랑받게 만든 힘이 됐다.관객의 감동은 전시장 마지막에 있는 '굿즈' 섹션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와 포스터, 마그넷,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해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집에서도 즐기려는 관객들이 많다. 엽서는 지금껏 6만 장이 팔려나갔다. 관람객 절반 이상이 구입한 셈이다. 도록도 조기 품절돼 재인쇄했다. 최 도슨트는 "겨울 그림만 전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와 나비를 잡는 그림 등 '봄내음 나는 작품'들도 많다"며 "계절이 바뀐 만큼 40여 일 남은 폐막까지 재방문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했다. 다음 주 아흔 하나지만 ... 서울 전시에 열정 넘쳤던 들라크루아캄보디아를 여행중인 미셸 들라크루아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관람객이 1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특별함을 넘어 감동적이기까지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긴 삶 동안 이렇게 많은 관람객 수는 접해본 적이 없다"며 "화가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감탄했다. 들라크루아는 전시의 흥행 비결로 '향수에 대한 공감'을 꼽았다. 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향수와 삶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 인기 비결 아닐까"라며 "나의 작은 우주가 관객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세계의 창문을 열게 해 준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들라크루아는 아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서울 전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그는 "이 전시를 위해 노르망디에서 혼자 매일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며 "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시간과 열정이 관객에게도 전달된 것 같다"고 준비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이번 한국에서의 개인전 이후로 삶의 변화가 생겼다고도 했다. 들라크루아는 "한국 관객들이 주신 사랑과 환대를 강하게 느끼고, 이를 생각하면 행복하다"며 "이번 서울 전시는 앞으로의 작업 활동에 동기부여가 될 만큼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들라크루아는 전시를 찾은 10만 명의 한국 관객과 전시를 도운 모든 관계자들을 향해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할아버지'처럼 느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를 할아버지라 여겨줘도 된다"며 "나는 한국 관람객들과 관계자들 모두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행복을 그리는 작가가 펼쳐놓은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는 오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마냥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프랑스 파리에 대한 기억까지도 모두 반짝이는 추억으로 만든 전시였습니다. 이곳에서 저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이 시간이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와 다름없다고 생각했어요.”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미셸 들라크루아 :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장에서 만난 가수 스텔라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전시장을 찾아 그림 앞에서 한경아르떼TV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노래 세 곡을 들려줬다. 스텔라장과 들라크루아는 ‘파리’를 공통분모로 하는 아티스트다. 스텔라장은 파리에서 11년간 유학하며 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샹송을 만들어왔고, 들라크루아는 파리에서의 추억을 그림으로 녹여내는 작가다.그는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파리를 가장 예쁘게 담은 그림”이라고 표현했다. “들라크루아는 이 작품들이 역사물이 아니라 파리에 대한 기억과 인상이라고 했는데, 직접 와서 그림을 보니 그는 파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가장 인상 깊은 작품에 대해 질문하자 고민 없이 ‘부드러운 산들바람(Jolie Brise)’을 꼽았다. 이유를 물으니 스텔라장은 “분명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림인데 제목은 ‘기분 좋은 바람’이라니, 들라크루아의 ‘프랑스식 유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며 “너무 기억에 남아 돌아오는 길에 그 그림을 담은 엽서를 샀을 정도”라고 말했다.그는 이번 전시가 자신이 품고 있던 로망을 실현해줬다고도 했다. 11년간 살면서도 제대로 본 적 없는 ‘눈 내리는 파리’를 그림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줬다는 것. “겨울,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작품이 많았던 네 번째 섹션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며 “1930년대엔 파리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는데, 그림을 보며 마음에 품고 있던 로망이 실현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촬영 1주일 전 미리 전시장을 찾아 구석구석 둘러봤다”는 그는 직접 그림과 어울리는 곡을 고민해 뽑아온 뒤 노래를 불렀다. 전시를 보고 나니 곡 ‘사랑, 바게뜨, 파리(L’Amour, Les Baguettes, Paris)’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그는 “내 20대 초반의 벨 에포크가 들라크루아의 작품과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어떤 날들’, 그리고 겨울에 대한 감상인 ‘윈터 드림(Winter Dream)’도 함께 선보였다.이 전시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스텔라장은 “살아 온 시대가 다르고, 파리의 삶이 힘들었던 나에게도 들라크루아의 그림 속 파리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며 “관객들은 분명히 그의 그림을 더욱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미셸 들라크루아 :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는 현재 관람객 9만 명을 돌파했다. 노래를 선보인 스텔라장에게 전시를 프랑스어 한마디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La vie est belle et la ville de Paris aussi”(인생은 아름답고, 파리도 그러하다)였다.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