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은 평일과 주말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를 찾는 여행객들로 붐비는 주말과 달리 평일에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카페만큼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도시 못지않게 카페의 숫자도 많고, 콘셉트도 다채롭다. 실력(?)으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독특한 메뉴는 물론이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전국 곳곳의 카페로 납품하는 실력파 로스터리도 적지 않다.

작은 도시에 이렇듯 카페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 사장님들은 의외로 ‘남도’에서 이유를 찾는다. 남도는 ‘프랜차이즈 김밥집조차 수준이 다르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남다른 손맛을 자랑하는 도시. 그중에서도 순천은 맛진 반찬이 가득한 한정식집으로 유명한 도시다. 이런 곳에서 남다른 손맛에 길들여진 덕분인지 시민들은 커피에도 아주 까다로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이들을 만족시키려다 보니 수많은 카페, 다채로운 메뉴가 탄생했다는 가설.

순천의 ‘옥리단길’은 많은 카페가 옥천을 둘러싸고 자리 잡으며 자연스럽게 이름을 얻었다. 이곳은 짧은 거리 안에 많은 가게가 밀집한 여느 지역의 카페거리와는 다르다. 가까이는 옆 골목, 멀게는 옥천 건너서까지 느긋하게 떨어져 있다. 이를 따라 걷다 보면 향교가 있는 역사적인 거리부터, 갤러리와 힙한 공간이 모인 문화의 거리까지 순천의 사뭇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전남 순천 동재
전남 순천 동재
동재
과일청부터 샌드위치 소스까지 모두 수제
전남 순천시 금곡길 9-6
전남 순천 순리당
전남 순천 순리당
순리당
순천의 역사를 함께한 건물에서 커피 한 잔
전남 순천시 중앙로 88
전남 순천 고데레
전남 순천 고데레
고데레
고즈넉한 한옥에서 맛보는 말차 아인슈페너
전남 순천시 장명5길 11
전남 순천 오피니언
전남 순천 오피니언
오피니언
세트장처럼 예쁜 올화이트 오피스 콘셉트 카페
전남 순천시 중앙3길 9
전남 순천 다올재
전남 순천 다올재
다올재
마당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맛보는 전통차
전남 순천시 금곡길 60
전남 순천 오피니언
전남 순천 오피니언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위해 텅 비는 사무실. 그러나 순천에는 반대로 이때 가장 붐비는 사무실이 있다. 바로 카페 오피니언이다. ‘오피스’를 콘셉트로 꾸며놓은 이곳은 세트장에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예쁘게 정돈되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디테일도 남다르다. 구형 맥 컴퓨터, 1990년대 영자신문은 임수인 대표가 발품을 팔아 어렵게 구한 것. 보험회사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그의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영한 사전, 프로그램 CD도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음료를 개발할 때도 온통 하얀색인 공간과 어울리는 색을 고민했다. 확실한 콘셉트 덕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기분 전환이 된다. 새로운 공간을 탐방하는 데에서 ‘카페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전남 순천 다올재
전남 순천 다올재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에 로망이 있다면 한옥카페 다올재로 향하자. 순천향교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전통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릴 적 송광사에서 스님들에게 다도를 배웠다는 최형진 대표가 차 예절, 차 명상을 직접 지도한다. 그저 차를 즐기기만 해도 남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마루에 앉아 아름드리 은목서 나 무가 심긴 너른 마당을 바라보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추천 음료는 순천 황매실을 비롯해 순천에서 나는 약초 11가지를 꼬박 24시간 동안 정성으로 달인 쌍화매실차.
전남 순천 짙은
전남 순천 짙은
카페 짙은은 정통 프랑스식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 커피를 공부하다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이은상·김혜지 대표는 조용하다는 이유로 2019년 지금 자리에 카페를 열었다. 붐비는 대로와는 거리가 있지만, 손님 한 명 한 명을 조용히, 그러나 정성껏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러한 마음은 메뉴에서도 드러난다. 요즘 트렌드인 각종 화려한 변주의 디저트 대신, 생크림케이크, 뉴욕 치즈케이크, 티라미수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등 단정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케이크로 메뉴판을 채웠다. 3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 동네 단골 손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을 정도라고.

그중에서도 ‘사평역에서’를 쓴 곽재구 시인은 매일 이곳을 찾아 시를 쓴다. “두 대표가 정성스럽게 공간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기분을 좋게 만들죠. 이곳의 큰 창으로 햇볕이 쏟아질 때 밖을 보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예쁘게 보일 정도입니다. 덕분에 ‘걷는 사람‘이라는 시를 몇 편이나 썼습니다.” 이날도 변함없이 창가에서 시를 쓰던 그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