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추진 중인 현장에서 최근 사업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재개발 비례율’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성이 높아야 재개발 후 조합원이 낮은 분담금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2년 새 치솟은 공사비와 고금리 영향으로 비례율이 낮아지고 있다.

서울 재개발 ‘대어’인 한남뉴타운도 겨우 100% 비례율을 확보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방은 사정이 더 열악해 향후 공사비가 더 상승하면 재개발 이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남2구역, 비례율 100% 턱걸이

한남2구역마저…재개발 사업성 '비상'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조합은 최근 용산구로부터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회 검토 결과를 받았다. 재개발에서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주요 지표인 재개발 비례율은 100.06%로 계산됐다. ‘100%’를 기준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비례율이 100%일 때 기존 전용면적 84㎡ 주택을 갖고 있던 조합원은 새로 전용 84㎡ 아파트를 받을 때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 비례율이 100%를 밑돌면 조합원이 추가로 분담금을 내야 한다.

한남2구역의 종전 자산은 토지와 건축물을 합해 1조6557억원이다. 사업비는 1조5310억원으로 책정됐다. 단지와 함께 조성되는 근린생활시설을 합한 총 예상 수입이 3조1768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존에 갖고 있던 크기의 주택을 그대로 받는 셈이다. 한남2구역 조합은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한 만큼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향후 한남뉴타운의 고도 제한 완화 여부와 금리, 공사비 변동에 따라 사업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례율이 다소 내려갈 수 있다”며 “조합도 고도 제한 완화와 분양 수입 증가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례율 낮아질 땐 사업 차질 우려

서울 내 다른 재개발 사업지의 비례율도 대부분 100% 안팎이다. 몇년전 120%가 넘는 비례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남뉴타운과 같은 용산구에 있는 청파2구역은 지난해 추정 비례율이 99.7%로 계산됐다. 2007년 정비사업 추진 후 파행을 겪다가 2021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며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곳이다. 그러나 비례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일부 주민은 “재개발해도 분담금이 걱정”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최근 공사비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며 사업성은 더 나빠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2022년 관리처분총회 당시 비례율이 91.09%였다. 그러나 이후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영향이 겹쳐 사업성이 더 악화했고, 분담금 우려에 조합 내 갈등이 커져 공사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1-1구역은 기존 180%에 달했던 비례율이 100% 수준으로 내려갔다. 2020년 당시 공사비가 3.3㎡당 540만원이었는데, 최근 공사비 증액으로 3.3㎡당 926만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급등해 재개발 사업성이 나빠졌고, 비례율도 절반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조합원은 재개발 후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상당수 현장이 공사비 상승으로 비례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은 “착공 이후에도 물가, 금리, 공사비 등의 변동에 따라 사업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분양 수익 증대를 위해 일반분양 가구를 늘리긴 쉽지 않아 분담금이 재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 비례율

재개발 사업 완료 후 총수입에서 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을 종전 자산평가액(조합원 총감정평가액)으로 나눈 값. 재개발 사업에서 ‘100%’를 기준으로 더 높을수록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