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지 열흘이 지났다. 오늘은 정부가 복귀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한 마지막 날이다. 하지만 복귀 시한 전날까지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자신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한계상황에 내몰린 동료 의료진과 환자들의 복귀 호소에도 귀를 닫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이 지나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과 싸워야 할 의사들이 검찰, 경찰의 수사 대상자가 되고 지난한 법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사법 절차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그 전날에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의대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비춰볼 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사법 조치가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법적인 다툼을 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이기기 어렵다는 게 많은 법률 전문가의 판단이다. 의사들이 말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국민의 건강·생명권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자신의 직분을 내팽개치는 것이 자유의 영역일 수는 없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며 처음부터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의협의 선배 의사들은 더 이상 후배들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지난 정부들과 싸워 늘 이겼다는 그들이야말로 현재의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일조한 존재일 수 있다. 의대 교수와 병원 측도 책임감을 갖고 전공의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

집단행동을 하다 보면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집단이라는 젊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냉철해질 때다.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자신의 경력을 희생할 만큼 이 싸움이 명분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한발 물러서는 건 패배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늦지 않게 돌아오길 바란다. 의사는 누가 뭐래도 환자 곁을 지킬 때 가장 빛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