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정비사업 정보몽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정비사업 정보몽
건설사들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선별 수주로 몸을 사리는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두고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일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이 개최한 현장 설명회에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참석했다. 지난해 말 경기 안산 단원구 '중앙주공6단지'에 이은 맞대결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는 6개 동 940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 지상 35층, 14개 동, 1279가구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수인분당선 개포동역 초역세권인 개포주공5단지는 개포동 노른자 땅으로 꼽힌다. 2020년 12월 조합을 설립한 후부터 건설업계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조합은 3.3㎡당 840만원으로 공사비를 제시했다. 총 6970억원 규모다.

포스코이앤씨 VS 대우건설 수주 총력전 관측

업계에선 양사가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 사업장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여왔던데다, 강남권에서 거두는 승리는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 성북구 '성북2구역' 재개발은 대우건설이 물러나며 포스코이앤씨가 차지했고 영등포구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포스코이앤씨가 발을 빼면서 대우건설이 수주했다. 중앙주공6단지는 양사 맞대결 끝에 포스코이앤씨가 승리했다.

개포주공5단지는 개포동 일대에 얼마 남지 않은 재건축 사업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개포주공 아파트들은 △1단지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2단지는 '래미안블레스티지' △3단지는 '디에이치아너힐즈' △4단지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등으로 재건축을 마쳤다. 개포시영은 '개포래미안포레스트', 개포주공8단지는 '디에이치자이개포', 개포주공9단지는 '개포상록스타힐스', 일원현대는 '래미안루체하임', 일원대우는 '디에이치포레센트'가 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업계 관계자는 "개포지구 재건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남은 단지는 개포주공5단지와 6·7단지, '경우현'(경남·우성3차·현대1차) 정도"라며 "아직 깃발을 꽂지 못한 건설사라면 조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세울만한 강남권 아파트 수주 실적이 없다면 향후 대치동이나 도곡동 등 다른 강남 사업장 수주전에서도 우위에 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두 건설사도 입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마지막 수주전이던 경기 안산에서 패배를 맛본 대우건설은 개포동에서 설욕전에 나선다는 각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개포동은 서울 강남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 입지"라며 "랜드마크를 짓기 위해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도 "설명회에 참석했고 입찰 참여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개포주공5단지 수주전이 두 건설사의 경쟁으로 과열될 것을 우려한 일부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손을 떼고 있다. 삼성물산 등은 개포주공5단지 사업에 불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4월 5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미분양 걱정 없는 알짜 사업장 인기↑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에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 위주로만 수주하며 몸을 사리고 있지만, 알짜 사업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건설경기가 침체한 만큼 청약 흥행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3년 전에 비해 25.8% 상승했다. 공사비를 올리려면 조합원 분담금이나 일반분양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 조합원 분담금은 조정이 어렵고, 분양가를 높이면 완전 판매가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분양가를 높여도 미분양 걱정이 없는 핵심 입지 재건축 사업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올해 예정된 서울 알짜 사업장으로는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영등포구 '한양아파트'를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2차', 용산구 '한남5재개발', 강남구 '압구정3구역' 등이 거론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여러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으냐"며 "사업성이 확보된 현장만 선별해 수주하는 게 최근 건설사 기조"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