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정책을 담는 ‘제2차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2024~2028년)이 해가 바뀐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 계획은 앞으로 5년간의 정책이기 때문에 늦어도 지난해 말에는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아직 제2차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외부 용역을 맡은 국제중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지난해 10월 의견서를 보냈음에도 최종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으로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는 대로 올해 안에 기본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국내 중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청사진이다. 정부는 서울을 ‘아시아의 중재허브’로 만들어 사건을 대거 유치하고, 국내 기업이 해외 중재기관에서 외국기업과의 분쟁을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도 줄이자는 취지로 2018년 말 1차 계획(2019~2023년)을 내놓았다. 론스타, 엘리엇이 한국 정부에 조 단위 손해배상을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등 대형 국제분쟁이 잇따른 것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핵심인력 공백사태가 2차 계획 수립이 지연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이동한 뒤 두 달 가까이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데다 이노공 전 차관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지난달 새로 부임한 심우정 차관 역시 업무 파악에 한창이다. 2차 계획은 상사법무과 담당이긴 하나 국제중재산업 활성화와 국제분쟁 대응 등 실무를 맡은 국제법무국의 국장 자리가 6개월 넘게 정해지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법무부 내부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가 지난해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마약범죄 근절, 이민청 설립,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 민생과 밀접한 정책에 힘을 쏟으면서 상대적으로 중재산업 육성정책엔 속도를 붙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차 계획 수립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국이 중재·조정사건뿐 아니라 관련 국제기관 및 회의 등을 유치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무부는 국제법무국 출범 당시 상설중재재판소(PCA) 유치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 총회 개최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