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정진홍 에세이 '남자의 후반생'
인생 후반에 쭈그러지는 게 남자?…"진짜 일에 집중하는 시기"
"단언컨대, 후반생은 스스로 '더는 이따위로 살지 않겠다!'라고 다짐하며 다시 살아볼 엄두를 내는 바로 그 시점부터다.

"
정진홍 작가가 에세이 '남자의 후반생'에서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후반생에선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려는 '결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작가는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선일보 칼럼니스트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문화기술연구소 초대 소장을 역임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책은 그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즉 40대였던 시절에 쓴 칼럼들을 골간으로 한다.

그는 "40대의 시선과 감정이 담긴 글들이 60대에 접어든 나를 흔들고 때로 위로하고 또 때로는 울렸기에 기꺼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인생 후반에 쭈그러지는 게 남자?…"진짜 일에 집중하는 시기"
책에 따르면 남자의 인생은 단순하다.

"자기 잘난 맛에 꺼덕거리다 힘 빠지고 자리 끈 떨어지면 후반생에서는 그냥 쭈그러져 버리는 게 남자란 동물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그런 쭈그러드는 시기가 저자의 판단에 따르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50~60대였다면 이젠 30~40대로 앞당겨졌다.

희망퇴직은 이들을 그런 시기로 일찍 내몬다.

저자는 남자의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다.

적당함과는 거리가 먼, 그래서 실수와 방종이 깃드는 여름, 짧지만 가장 빛나는 시기인 가을, 오기와 부질없는 욕심을 내려놓는 결단이 중요한 겨울, 그리고 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생명이 움트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짧게 폈다가 화려하게 지는 벚꽃처럼 대미를 장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진짜 인생의 봄은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친 후 삶의 비밀, 추락의 비밀을 체화하고 나서야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봄꽃을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인생 후반에 쭈그러지는 게 남자?…"진짜 일에 집중하는 시기"
저자는 그런 봄을 다시 만끽하기 위해선 후반생을 조심하고 삼가면서 건강을 챙기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아침에 눈을 떠 할 일이 없는 곳이 지옥'이라는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말을 인용하며 자리에 집착하지 말고, 진짜 일에 집중하자고 권한다.

"업이 일이고, 직이 자리다.

그러니 일과 자리를 그저 얼버무려 '일자리'라는 말로 스스로 뒤섞지 말라. 일은 중요하지 않고 자리에만 집중했던 것이 전반생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후반생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후반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일이지 자리가 아니다.

모든 자리는 잠시 걸터앉아 있는 것일 뿐 결코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문학동네. 41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