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사원은 금수저?…월세내며 용산 역세권 오피스텔 산다는데
“저는 월 100만원 주고 마포 오피스텔에 사는데, 회사 후배는 월 30만원에 용산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서울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는 김모 과장은 최근 회식 후 택시를 함께 탄 막내 사원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깜짝 놀랐다.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다던 막내 사원이 용산 역세권의 한 새 오피스텔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막내 사원이 사는 이 오피스텔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안심주택(옛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2명이 한집에 함께 사는 셰어형 타입이라 월세가 30만원을 밑돈다. 김 과장은 “막내 사원에게 물어보니 모르는 사람과 사는 만큼 복불복이지만 본인은 룸메이트와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더라”며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이 있었는데 사회초년생 때 알았더라면 몇 년간 살면서 종잣돈을 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연합뉴스
재테크 전문가들은 자산을 불리려는 20·30세대에게 "첫 시작은 종잣돈 모으기"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소액 투자가 어려운 부동산 시장에선 최소 몇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는 모아야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뿐 아니라 실거주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젊은 층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게 임대주택이다. 이 중 서울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은 민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집을 구할 수 있는 만큼 알아두면 유용하다.

모집 전형 복잡하지만 …“아는 게 힘”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안정과 주거난 해소를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제공한다. 모집 전형과 대상이 다양하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도 한두 개가 아니다. 예술인, 4차산업 종사자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을 위한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까지 있을 정도다. 공공임대 주택 입주를 노린다면 모집공고가 나올 때마다 해당 조건에 맞는지 부지런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중 수도권에 사는 청년이라면 SH와 LH, GH의 모집 공고문만 잘 챙겨도 된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청년안심주택이 대표적이다. 2017년 서울시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만 19세~39세 이하인 무주택자다. 공공임대(SH공사 임대)와 민간임대가 혼합돼 있다. 임대료는 공급유형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중 공공 임대유형은 주변 시세 대비 30~70%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된다.

청년안심주택의 최대 장점은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업대상지가 역세권에 국한됐다. 올해 들어 대중교통이 이용이 편리한 간선도로변까지 대상지를 확대했다. 하지만 버스, 지하철 환승 등을 이용하기 쉬운 지역인 건 여전하다. 신청 자격 요건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청년 본인 소득 기준으로 전년도 평균소득 100%(올해 기준 월 335만원) 이하, 자산은 2억99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최대 6년 거주할 수 있다. 혼인 때 최대 10년까지 거주기간을 늘릴 수 있다. 역세권에 공급되는 만큼 자동차를 소유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브랜드 아파트가 공공임대로

래미안, 힐스테이트 등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가진 아파트도 청년 대상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바로 행복주택이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주택보급사업 중 하나다. 국민임대주택의 하위 카테고리로 이해하며 된다. LH, SH공사 등 공기업이 시행한다. 일반적인 국민임대주택이 사회적 약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행복주택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노년층 등을 입주 대상으로 삼는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인 무주택자여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은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한경DB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인 무주택자여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은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한경DB
행복주택은 아파트로 공급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은 소형 주택 위주이다 보니 오피스텔, 빌라 등이 대다수인 것과 대비된다. 특히 신도시와 같이 인프라가 우수한 곳에 공급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공공기관이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모집조건은 동일하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인 무주택자여야 한다. 소득은 전년도 평균소득의 100% 이내, 자산은 2억99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청년안심주택과 달리 자동차는 있어도 되지만 3683만원 이하여야 한다. LH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LH의 청약센터에, SH공사가 공급하는 건 SH 인터넷 청약시스템에 접수해야 한다. 경쟁률이 높고 우선순위와 배점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행복주택 역시 모집공고를 꼼꼼히 읽어보는 게 필수다.

서울에 직장을 잡은 지방 청년이라면…

수도권에 직장을 잡은 타지역 출신 청년이라면 청년매입임대를 노려볼 만하다. 타지역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청년매입임대는 1~3순위까지 입주 순위가 있다. 3순위의 소득, 자산 기준이 행복주택 대상 기준과 동일하다. 같은 순위라면 평가를 통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신청자의 부모가 공급 대상 지역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경우엔 2점의 가산점을 준다.
청년매입임대 주택은 타지역 출신에게 가산점을 준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매입임대주택. /연합뉴스
청년매입임대 주택은 타지역 출신에게 가산점을 준다. 서울 종로구의 한 매입임대주택. /연합뉴스
청년매입임대도 LH와 SH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이 공급하고 있다. 행복주택이 공공기관이 직접 지어서 제공하는 것과 달리 매입임대는 지어진 건물을 사서 임대로 주는 방식이다. 비슷한 제도로는 청년전세임대주택이 있다. 청년이 직접 전셋집을 알아본 뒤 LH가 집주인과 계약하고 보증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