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잉 규제로 논란을 빚은 플랫폼법(플랫폼경쟁촉진법)에 대해 ‘원점 재검토’로 돌아선 것은 바람직하다. 느닷없이 플랫폼법을 제정하겠다는 발표 이후 지난 50일간 반복된 우려와 반대, 혼선을 감안하면 졸속 입법에 대한 책임을 물어도 단단히 물어야 한다. 공정위는 법 제정을 위해 전문가 태스크포스를 6개월간이나 가동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시기상조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아직 더 성장해야 할 국내 플랫폼의 손발을 법으로 미리 묶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산업계와 학계, 심지어 스타트업 업계에서 반대하는데도 굽히지 않던 공정위가 방향을 바꾼 것은 미국에서 통상문제로 보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상무부도 우려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며 경제활동을 해 나간다. 비이성적 규제와 부당한 행정은 바로 국제적 관심사가 된다. 수출과 교역에 기대 사는 한국은 더욱 염두에 둬야 할 철칙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반대한 배경이다.

이 법의 문제점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먼저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제’다. 끼워 팔기, 자사 우대 등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전형적인 사전 규제다. 정부가 허가한 것만 하라는 ‘포지티브 규제’만큼이나 반시장·반기업 행정이다. 현 정부가 줄곧 외쳐온 ‘민간 자율 존중’ 원칙과도 어긋난다. 특정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역차별당한다는 지적도 무시하지 못한다. 중국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와중에 구글 애플 메타 등의 불이익을 우려한 미국 상의가 ‘무역합의 위반’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런 법을 만들면서 법안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고압적 행태도 짚고 가야 한다. 이는 법의 내용과 다른 차원이다. “우리가 정하면 군말 말고 따라오라”는 관존민비 군림이 아니고는 이해 못할 구태 행정이다. 지금 공정위가 해야 할 일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제도 등 한국에만 있는 규제를 철폐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전면 현대화하는 것이다. 플랫폼법 같은 무리한 법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좋은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