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이 새로 깔리는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삶의 질이 좋아지고, 기업 투자나 일자리 증가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음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을 시작으로 올해 수도권과 영남권, 충청권 등에서 주요 철도 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수요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철도 호재는 집값에 선반영된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에 앞서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별내선 뚫리면 남양주·구리 '서울권'…철도따라 집값 달린다

남양주·구리, 잠실 접근성 쑥쑥

4일 미래철도DB에 따르면 다음달 말께 GTX-A노선(수서~동탄 구간)이 운행에 들어간다. GTX는 지하 40m 이하 대심도를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동탄에서 수서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존 75분에서 19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GTX-A노선의 반대편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은 올해 12월 탑승객을 맞을 예정이다. 올해부터 화성(동탄역)과 용인(구성역), 파주(운정역) 주민의 ‘30분 출퇴근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A노선 전체가 완전히 개통하는 시점은 2028년이다.

오는 6월엔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이 개통된다. 서울 강동구 암사역부터 경기 구리를 거쳐 남양주 별내까지 총 6개 역이 신설된다. 잠실을 지나는 8호선 덕분에 남양주 별내지구와 다산지구, 구리 시민의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별내선을 타고 잠실 석촌역까지 내려와 9호선으로 갈아타면 신논현과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교통 호재 지역의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GTX 운정역과 가까운 파주 목동동의 힐스테이트운정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5억900만원(13층)에 손바뀜했다. 작년 10~11월엔 4억원대 후반에 거래됐던 단지다. 지난해 12월부터 5억원대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단지 앞에 별내선 장자호수공원역이 들어서는 구리 교문동 신명아파트 호가는 최대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작년 4월 10억원(18층)이다.

신설역 주변의 분양 예정 단지도 관심을 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별내선이 정차하는 구리역과 멀지 않은 구리 수택동에서 e편한세상수택현장(총 3050가구)이 연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GTX 동탄역과 가까운 화성 오산동에선 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464가구)가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GTX 운정역 역세권인 파주 목동동 운정3지구에서도 다음달 한신공영 컨소시엄이 A45블록에 520가구를 공급한다.

대구광역철도 올해 개통

지방에선 대구·경북 지역의 철도망이 한층 촘촘해진다. 비수도권 첫 광역철도인 대구권 광역철도 1단계(구미~대구~경산) 구간이 연말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구미역과 왜관역, 서대구역, 대구역, 동대구역, 경산역 등이 주요 정차역이다. 업계에선 대구에서 아직 낙후지역 이미지가 강한 서대구역 인근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 서구 평리동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 전용 59㎡ 가격은 작년 9월 3억3500만원(27층)에서 올해 1월 3억6300만원(29층)으로 올랐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공사도 올해 12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동편 종점이 동구 안심역인데, 앞으론 경북 경산 하양역까지 다니게 된다.

부산·경남권에선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올해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마산이나 창원, 김해에서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다. 김해 장유역 근처 장유동과 신문동 등의 아파트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충남 홍성과 경기 화성 송산을 잇는 서해선도 오는 10월 개통된다. 중부내륙선 중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구간도 올해 10월 개통될 예정이다. 수안보면에 역사가 신설되는 만큼 충주에선 수도권에서 수안보 온천을 찾는 관광객이 늘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철도 호재는 아파트값이나 분양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공산이 큰 만큼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시엔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철도 호재가 있으면 발표 시점과 착공, 개통 때 인근 부동산 가격이 한 번씩 뛰는 경향이 있는데 발표 직후 가장 많이 오르는 편”이라며 “개통 이후엔 기대한 만큼의 편리성 등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에 따라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