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선부동에 위치한 도원스위트빌 Ⅲ차의 모습. 최근 도원스위트빌 Ⅰ~Ⅲ차 건물이 모두 경매로 넘어가면서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경기 안산시 선부동에 위치한 도원스위트빌 Ⅲ차의 모습. 최근 도원스위트빌 Ⅰ~Ⅲ차 건물이 모두 경매로 넘어가면서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경기 안산시의 도시형생활주택 147채가 무더기로 경매에 넘겨지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세입자 대부분이 시세보다 보증금이 저렴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원룸, 투룸에 ‘수천만 원 전세’로 살던 20~30대 청년이다. 일부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원상복구 비용까지 떠안을 처지다.

무더기 경매 날벼락피해 규모 100억대

2일 경찰에 따르면 안산단원경찰서는 도원스위트빌Ⅰ~Ⅲ 빌딩의 임대사업자인 양모, 김모 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 부부는 임대사업법인 직원 이모 씨를 앞세워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4월부터 임차인들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세금 미반환이 터진 뒤 안산시에선 최초로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설명했다.

세입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계약이 끝난 임차인 100여명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약 76억원 규모다. 아직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만기가 남아있는 가구를 감안하면 피해액이 100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임대인 부부는 100만원 가량의 수도 요금조차 지불하지 않아 수 차례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독자 제공
임대인 부부는 100만원 가량의 수도 요금조차 지불하지 않아 수 차례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독자 제공
도시형생활주택 전용 건물인 도원스위트빌Ⅰ~Ⅲ은 23㎡~59㎡ 규모의 원룸과 투룸 147세대로 구성됐다. 부부의 임대법인이 전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10여년 동안 월세 없이 대부분 전세로 돌렸다. 임차인 박모 씨(36)는 “임대인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최근 법인 통장이 가압류됐다는 소식이 들렸고, 작년 말엔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임의경매 고지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법인의 대출이 연체돼 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전세금 돌려받기 힘들 듯

비대위는 부부가 전세금으로 다른 건물을 짓다가 사고를 냈다고 추정한다. 이들은 2020년부터 경기 화성시에 48가구 규모의 주거용 건물을 지었는데, 해당 사업장은 현재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는 지난해 해당 건물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공사대금이 부족해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경매 절차에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온전히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전 세대 근저당권 권리금액 규모는 총 183억원으로 전세금 총액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경매 진행 시 보증금보다 먼저 빠져나가는 국세 체납액도 상당하고,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경매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세대별 전세 보증금은 4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규모”라며 “국세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보증금 5500만원 이하 가구는 극소수”라고 전했다. 이런 최우선 변제권을 사용하면 최대 19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일부 세대에 불법 ‘방 쪼개기’도 했다. 해당 세대 임차인들은 ‘셀프 낙찰’을 시도하더라도 1000만원이 넘는 원상복구 비용을 물어야 한다. 도원스위트빌Ⅲ에선 3~10층의 총 8세대가 16가구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던 임대인의 대리인 이 모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요구에 '보증금 반환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사진=독자 제공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던 임대인의 대리인 이 모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요구에 '보증금 반환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사진=독자 제공
비대위는 부부가 의도적으로 전세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계약 상당수가 진행된 인근 T공인중개사에서 ‘건물 시세와 비교하면 근저당권이 많지 않다’고 세입자를 안심시켰고, 애초에 대리인 이모 씨를 주인으로 알던 세입자도 많아서다.

이에 대해 T 부동산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2019년까지 해당 건물은 위험하지 않았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주인 사정이 나빠지는 것까지 공인중개사가 알 순 없는 노릇”이라고 해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